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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4.10.30 (일)
◆ 제목 : 벼랑 끝 살인 -그들은 왜 남편을 죽였나?
◆ 방송 : 2004년 10월 30일 (토) 밤 10:50 
◆ 연출 : 이 덕 건        	작가 : 강 선 영


잔혹하게 남편을 살해한 최경주(가명, 45) 씨. 
작은 죄도 저지른 적이 없다는 그녀는 십여 년간 지속된 남편의 술주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했다. 평소 위로가 되고 따뜻하게 대해 준 시부모는 그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아들을 죽인 원수로 여기고, 아이들은 부모를 동시에 잃어 고아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 15일, 그녀는 1심에서 살인죄로 8년형을 선고받았다. 초범이고 오랫동안 남편의 술주정에 시달려왔다는 점이 어느 정도 인정되어 극형은 면할 수 있었지만, 남편의 폭언과 폭행 속에서도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 했던 최씨는 남편살인범으로 영원히 낙인찍히게 되었다.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은 살인죄로 중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대부분 남편의 완력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들어 있거나 무방비 상태에서 범행을 한다. 오랫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껴온 여성들이 ‘피학대여성증후군’이라는 심리적 이상상태에서 남편을 살해한 경우, 살인행위 당시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판단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번도 정당방위로 인정된 적이 없다. 가정폭력으로 아무리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판사의 정상참작이나 선처와 같은 동정에 의존할 뿐, 그 공포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일방적인 폭행 끝에 아내를 사망하게 한 남편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상해치사죄가 되고, 가정폭력을 휘두른 남편을 살해한 아내보다 더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것은 아직까지도 우리 법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3일, 남편을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한 윤혜진(45세, 가명)씨는 20여 년간 폭행당해 온 상황으로부터 이제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이 지켜주니 유치장에 있는 것이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편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는 가정폭력에 신음한 그녀와 두 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게다가 남편을 살해한 살인범이 된 후에는 그녀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웠다. 그녀가 살인자가 된 것은 바로 우리의 무관심과 외면 때문일지 모르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