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4.11.13 (일)
방 송 : 2004년 11월 13일 (토) 밤 10:55 - 11:55 연 출 : 박 상 욱 / 작 가 : 조 정 운 얼마 전 제작팀에게 한 통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삼척에 사는 중년의 한 정신지체 장애여성 박경순(가명)씨가 시누이에게 재산을 뺏기고 학대 당하고 있다는 것. 신분을 밝히지 않은 제보자는, 꼭 도와달라는 당부와 함께 피해자가 사는 동네만 대략 알려주었다. 제보내용은 과연 사실일까? 이웃을 통해 어렵게 확인한 경순씨의 집. 눈에 띄게 깡마르고 덥수룩한 머리, 남루한 옷차림을 한 경순씨를 취재팀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2급의 경순씨에게 상황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던 중 결정적 증언자가 나타났다. 한 보험회사 직원이92년 남편 사망당시 경순씨와 함께 보험금을 수령해간 시누이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취재결과 경순씨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보험금 1억여원을 빼앗긴 채 시누이 집에서 종살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시누이 손에 이끌려 보육원에 보내졌다. 실명상태의 눈은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수년간 아이들 한번 만나보지 못한 채 일만 해야 했던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녀를 구해내려는 친정부모의 노력에도, 경순씨는 겁에 질린 듯 '시누이가 잘 해준다'는 준비된 대답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경순씨의 비극, 막을 방법은 없었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신장애인들이 받는 피해에 관한 목소리는 사회에 알려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족중심의 사회에서 가해자가 가족구성원인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이런 경우 가족은 그들에게 보호막이 아닌 좋은 위장막 역할을 할 뿐이다. 경우에 따라 정신장애인들의 재산이나 권리를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치매에 걸린 부모의 재산을 자식이 빼앗고 내다버리는 등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재산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정신장애의 일종인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고 고령화 되어가는 한국사회에서 치매노인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나에게도 내 재산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할 수 있다. 이번 주 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성년후견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실험을 통해 재산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정신장애인들의 현실을 확인하고, 최근 후견인 제도를 도입한 일본취재를 통해 경순씨와 같은 피해를 막기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