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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4.12.04 (일)
◆ 제목 : 나는 내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 - 어느 뺑소니 사건의 미스터리
◆ 방송 : 2004년 12월 4일 (토)  밤 10:55
◆ 연출 : 허강일          작가 : 홍정아

의문의 뺑소니 사건 - 아버지가 가해자(?)

4년전인 2000년 12월 9일 새벽 4시 44분 경기도 이천의 42번 국도에서 한 아이가 도로에 쓰러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치명적인 사인은 차량범퍼에 의한 심장, 폐, 간 등 내부 장기의 파열로 판단되었으나, 최초 발견당시 혈흔이 별로 없어, 이미 사망한 후 도로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수사 시작 며칠 만에 경찰이 지목한 범인은 놀랍게도 아이의 친아버지!

사망한 아이는 당시 45개월, 우리나이로 5살의 신재언군. 수사팀이 추정한 아버지의 범행 정황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같은 것이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12월 9일 새벽 부부는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잠깐 외출을 했었는데, 돌아와 보니 현관문과 창문이 열린 채 아이가 사라졌고 이후 1시간 가까이 아이를 찾다가 파출소에서 연락을 받고 아이의 사망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부부의 진술을 의심했고 부부가 집에 돌아온 직후 아이 엄마가 아이를 찾으러 집안으로 들어간 사이, 아버지가 집 마당에서 후진을 하다가 아이를 친후 보상금을 노리고 도로에 유기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증거로 제시된 것은 3가지. 아이를 사망하게 한 원인이었던 높이 45cm, 폭 15cm의 물체가 당시 아버지가 몰던 소나타의 뒷범퍼와 일치했다는 것, 아이가 입고 있던 옷에 묻은 풀이 아버지의 옷과 차 뒷좌석에서 발견되었다는 점, 그리고 아버지가 아이 발견현장 인근을 차량으로 돌아봤다는 점 등 이었다.

나는 내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

 과연 수사팀의 주장은 객관적인 증거에 입각한 것인가? 
취재팀은 경찰이 제시한 증거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 전문가와 함께 검증을 시작했다. 먼저 가해차량으로 지목된 소나타 뒷범퍼의 높이와 사고 장소로 지목된 집 마당에 대한 의문.
측정결과, 노면이 고르지 않은 집 마당의 경우라면, 아버지 차의 뒷범퍼 높이는 경찰이 제시한 45cm의 높이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던 것. 또한 마당에서의 최대 후진거리는 15미터. 따라서 15미터에서의 최고 후진속도를 측정한 결과 시속 20km 이하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이런 속도로 충돌을 했을 경우, 사망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 
 차량에서 발견된 풀 또한 농촌지역 논두렁에 자생하는 바랭이풀로서 추운 날씨 탓에 아이들을 이불로 싸서 차에 태우다가 생길 수도 있는 흔적. 게다가 사건 발생이후 며칠이 지난 시점까지 차 내부를 청소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볼 때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이 발견현장 인근을 차량으로 돌아본 점 역시 아이를 찾기 위해 부인이 차로 마을길을 돌아보라고 이야기 했으며 또한 당시 짙은 안개로 200m 가량이나 되는 언덕 아래의 아이 발견지점은 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이가 집에서부터 800m가량 떨어진 길에서 애타게 부모를 찾으며 울고 있었음을 증언한 사람의 이야기조차 수사팀은 애써 무시했던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의문은 수사팀이 아이 옷과 용의차량을 국과수에 검사 의뢰한 결과, 차와 충돌했을 당시 당연히 남아 있어야할 흔적역시 아버지의 차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일반적으로 뺑소니 사건의 범인검거는 국과수 감식에 의한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당시 담당수사관은 확실한 물증 없이 3년에 걸쳐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굽히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던 것이다. 결국 작년 9월, 아버지는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담당수사관은 여전히 아버지가 범인을 확신하고 있다. 

4년이 지난 지금 다른 가능성은 모두 사라진 상태. 아이의 부모는 친아버지가 용의자로 몰린 것 뿐 아니라 뺑소니 운전자를 추적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모두 지나쳐 버린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4년전, 그날 아이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