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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5.02.26 (일)
일제시대 만주국의 수도였던 중국 길림성 장춘(長春)의 동안관(棟案館). 그 곳에서 발견된 낡은 LP판에는 45년 3월 가미가제 특공대로 출격하기 직전 녹음 된 어느 일본군의 육성이 담겨져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 답지 않게, 특공대로 뽑힌 자랑스러운 감회에서부터 부모님과 동생들에 대한 애틋한 작별 인사까지….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애절하다.
확인결과 오오가와 마사아키(大河正名)라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조선 출신이라는데…. 본명은 박동훈, 당시 나이 겨우 17세의 소년이었다.

전투에 나가는 것이 너무 가슴 벅차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특공대로 뽑혀 명예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적군함대에 돌격하여 그들을 가루내어 보여드리겠습니다.
동포들이여,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특공대가 되어 이 역사를 지켜주오 어머니 아버지 용서하세요. 저를 용서해주실 걸 믿고 씩씩하게 나가겠습니다.

이 녹음을 마치고 그는 오끼나와 해상의 미항공모함으로 돌진했다. 과연 이 소년은 어떻게 이런 군국주의의 최첨병이 되었을까? 취재진은 그의 가족과 학교, 동기 그리고 특공대 생존자들을 어렵게 만나,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던 15세 소년이 2년 후 가미가제 특공대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1분 50초가 전부인 소년 박동훈의 마지막 육성은 야스쿠니에 모셔질 전우들이여 안녕으로 끝맺고 있다. 마치 야스쿠니 신사가 소속부대의 마지막 집결지나 되는 듯 비장하게 던지는 한마디가 그의 문제가 과거의 문제만이 아닌 60년이 지난 오늘의 문제임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측은 현재 그가 야스쿠니의 240만 神중의 한명으로 모셔져 있음을 공식 확인 했고, 한국 언론에게는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의 본전과 군국주의의 유물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는 유취관(자료관)의 촬영을 공식적으로 허가했다.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야스쿠니 신사가 지니는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유족회원들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의 표를 의식해서이다. 고이즈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이즈미는 한국과 중국의 반대로 중단한 다른 총리와는 다르게 매년 참배를 강행한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그 이유를 특공대에 관련된 그의 개인적인 배경에서 찾고 있다.
지난 2001년 2월 가고시마현 치란에 있는 특공평화회관을 방문한 고이즈미는 박동훈을 비롯한 특공대원의 영정들 앞에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또한 그는 평소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특공대원들의 수기를 모아 놓은 를 꼽는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고이즈미의 사촌 중의 한 명 역시 특공대에 참여해 전사, 야스쿠니에 합사되어 있었다.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17세 소년 박동훈, 죽어서 야스쿠니에서 신이 되는 것이 진정 그가 원했던 것일까? 현재 야스쿠니에 합사되어 있는 조선인은 박동훈 외에도 2만 여명이 넘는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이 A급 전범들과 합사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유가족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야스쿠니 합사.
합사 취소를 요구하는 유가족들에게 야스쿠니 측은 ‘신의 영역이므로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없다’ 는 이유로 합사 취소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연 야스쿠니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한일 간의 영원한 난제인가?

 3.1절 특집 ‘ 야스쿠니의 神이 된 소년 특공대원’ 편에서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조선 출신 가미가제 특공대원 박동훈의 이야기를 통해 야스쿠니 신사가 가지는 의미와 전후 60년이 지난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은 한일 간의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