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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5.03.12 (일)
정진영의 [그것이알고싶다] 330회 방송내용

◆ 제목 : 상속분쟁, 자식에게 재앙을 물려준 부모
◆ 방송 : 2005년 3월 12일 (토)  밤 10:55
◆ 연출 : 허강일     작가 : 신진주

 
참극의 불씨가 된 유산
지난 설 명절 연휴, 경기도 한 마을에서는 유산상속에 불만을 품고 맏형이 동생 일가족에게 엽총을 난사해 3명이 숨지고 3명은 중경상에, 자신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20년 전 3형제가 고르게 물려받은 부동산 중에서 동생이 물려받은 부동산의 가격이 폭등하자 맏형이 ‘돈을 내 놓으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어온 것.  또한 서울에서도 장남인 자신을 제치고 동생이 유산을 상속받은데 앙심을 품고 동생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돈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적인 상속전쟁. 미리 재산을 분배한 경우에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유산을 둘러싼 다툼은 노부모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 경우엔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의혹, 그 불씨가 된 유산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혼자 살던 72살 최씨 할아버지가 집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노인을 발견한 사람은 아들 내외와 손자들. 노인은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이후 1주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사망원인은 뇌출혈로 진단되었으나 노인의 장례가 끝난 후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장을 내밀며 재산이 모두 친손자의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의혹을 품은 딸들은 타살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사를 요청했다. 결국 매장한지 4개월 만에 노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머리에서 뜻밖의 골절이 발견되고, 이후 아들을 용의 선상에 올린 수사가 진행된다. 
200억 원대의 재산을 남기고 갑작스레 숨진 할아버지. 3년가량 수사가 진행됐지만 이웃 주민의 증언 외에 쓰러진 날 전후로 아들이 아버지 집에 갔었다는 결정적인 물증은 없는 상태. 그러나 딸들은 아버지를 죽인 아들이 재산을 모두 차지하는 것은 볼 수 없다며 계속적인 수사를 요청하고, 아들은 아들대로 딸들이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살인자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인혐의를 제기하면서 남매들 간의 우애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유언장을 둘러싼 법원의 조정도 실패하면서 결국 법정에서 재산분배를 판가름 받게 됐다.
숨진 최씨 노인이 생전에 재산을 정리, 분배했거나 또는 유언장을 제대로 남겼다면 남매들 간의 싸움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노인 또한 재산을 사회 환원할 것인지,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인지, 고민한 흔적을 보이지만 그 방법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된 것이다. 

상속분쟁, 그리고 해체되는 가족
초기 서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촉발되는 상속분쟁은 끊임없이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자식들 간 분쟁의 와중에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부모는 또 다시 소외되는 상황을 맞게 마련이다. 실제로 이씨 할머니는 사후의 분쟁을 막기 위해 재산을 미리 자녀들에게 나눠주었으나 이후 자식들이 전혀 돌보지 않아 홀로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씨 할머니는 이젠 자식들이 나눠달라며 다툼을 일으킬 재산조차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지난 91년 개정, 시행된 가족법은 재산상속에 있어 딸 아들의 구분 없이 균등한
배분을 원칙으로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 중심의 유산승계 방식은 지금까지도 관습적으로 이어져오고 있어, 최근 상속분쟁은 아들 형제들과 딸 형제들 간의 다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서로의 배우자까지 가세하면서 급기야 의심은 오해를 낳고 다시 불신으로 이어져 후세의 양육을 위한 소중한 재원인 상속재산은 가족해체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유산, 어떻게 남길 것인가?
서울 경기지역 60세 이상 노인들 5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 대부분 재산의 자녀상속을 선호하고 사회 환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났다.
하지만 자녀상속을 선호하는 노인들도 재산상속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상당수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8%의 노인들이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자식들에게 대접받을 수 있다’고 응답했는데, 전체적으로 노인들은 유산상속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평생 땀 흘려 일군 재산은 값진 것이지만 그 재산이 세대를 건너 상속되는 과정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족 간의 화목을 지켜가면 서도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바람직한 재산상속의 방법을 모색해보고, 사회적 환원을 통해 자식에게 재산보다 값진 정신을 물려주는 사례를 통해 유산의 참다운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