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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5.04.30 (일)
정진영의 [그것이알고싶다] 337회 방송내용

◆ 제목 :  도벽(盜癖), 죄인가? 병인가?
◆ 방송 :  2005년 4월 30일 (토) 밤 10:50 
◆ 연출 :  이 덕 건 	/   작가 : 강 선 영 


◇ 죽어서도 버리지 못하는 버릇
절도죄로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하다 막 출감한 김씨 할아버지(65세)는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또 남의 손가방을 훔쳐 달아나다 현장에서 검거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절도전과가 18차례, 이 때문에 인생의 절반 정도를 감옥에서 보내야했고, 가족들과도 헤어져야만 했다.
구치소를 찾아가 만난 김씨 할아버지는 남의 가방을 보면 손이 가는 버릇을 고치지 못해 이번에는 출감하자마자 시골마을 고향에 가서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마치려 했다고 한다. 시골로 내려가기 전 병원에 약을 받으러 가던 도중 그만 또다시 남의 가방에 손을 댄 것이다. 도벽으로 망쳐버린 인생, 그나마 평안하게 마무리라도 해 보려 했지만, 그 도벽은 그의 마지막 소망마저 빼앗아 가 버렸다. 

◇ 상습절도인가? 병적도벽인가?
신앙으로 거듭나겠다던 대도(大盜) 조세형씨도 남의 집 담을 넘다 또다시 검거되었다. 지금까지 그를 지켜온 의적, 대도의 자존심도 한꺼번에 무너지며 어리숙한 좀도둑으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조씨의 이번 범행으로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그의 도둑질이 불치의 습관, 즉 도벽(盜癖)이라 역시 어쩔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절도 사건에는 고통을 참아온 인간적인 고뇌와 치밀한 전문범죄자의 행적이 함께 존재했다. 
과연 조세형, 그는 도벽으로 고통 받는 환자일까? 가식적으로 자신을 숨겨온 상습 절도범일까?

◇ 도벽, 범죄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취재 도중 우리는 도벽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그 고통도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의 물건을 훔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망가져가는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을 보고 적잖게 고민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소유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아동들이 초기도벽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도벽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치료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가 바로 이 아동, 청소년기임에도 불구하고 분노와 탄식 속에 이 소중한 시기를 그냥 흘러 보내고 있었다. 이미 주변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그들은 곧 상습절도범이 되어 영원히 낙인찍힐 자신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 처벌받는 도벽, 치료받을 수는 없는가?
절도 전력이 많아지면, 그에 따라 형량도 무거워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순절도의 경우 대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상습성이 인정되어 상습절도죄가 되면 3년 이상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 받을 수가 있다. 상습성은 범행의 경위와 횟수, 피해금액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서 결정되고 재판과정에서 병적 도벽을 인정해 형을 감량해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기준이나 전문적인 평가 없이 주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법적 안전성과 공평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제도적으로 도벽에 대해 처벌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도벽을 가진 사람을 여러 차례의 중형으로 처벌해도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도벽, 죄인가? 병인가?’에서는 도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회적 대처방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