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5.09.24 (일)
방송 : 9월 24일 연출 : 박상욱 재즈의 도시에서 죽음의 도시로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 후, 뉴올리언즈를 가다 지난 8월말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뉴올리언즈에서 만난 한국교포 이모씨 부부는 무너진 자신들의 주유소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었다. 어렵게 자리잡은 미국생활의 큰 기반인 주유소는 지붕이 무너진 채 폐허처럼 서 있었고 옆에 있는 편의점은 깨진 유리창 속으로 빈 진열장이 보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 8월초 부모님을 도와주겠다며 가게에 나왔던 딸을, 불의의 총격사고로 잃은 이씨 부부에겐 올 8월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너무나도 잔인한 달이 되었다. 지난 9월 7일 취재팀이 방문한 뉴올리언즈는 침수된 지역의 물이 빠져가고는 있었지만 어딘가 남아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찾는데 주력해 거리에서는 아직도 희생자의 시체가 치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많은 교민들은, 이번 허리케인으로 그들이 이룬 많은 것을 잃고 절망하고 있었다. 다행히 한국교민의 인명피해는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우리 외교당국에 뉴올리언즈에 살고 있는 누나가 연락이 되지 않는 다는 신고가 들어온다. 그녀는 과연 안전하게 피신한 것일까?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방송을 보다 보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는 사실. 지친 표정으로 대피소에 모여있는 사람들, 고가도로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상점을 약탈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흑인뿐이라는 것이다. 허리케인은 흑인들만 골라서 피해를 입힌 것일까? 미국 내에선 남은 시민들이 제때 구조받지 못한 것은 피부색깔 때문이라는 비난이 빗발쳤고 미국의 한 가수는 생방송도중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문제는 인종의 문제 이전에 가난의 문제라고 얘기한다. 자가용을 중심으로 진행된 뉴올리언즈의 대피 계획속에서, 연간소득이 우리 돈 700여 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도심빈민가 거주자들, 탈출 수단이 없는 영세민들은 떠날 수 없었고, 떠난다 한들 먹고 살 대책이 없었기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흑인들이었다. 그리고 이 빈부의 경계선이 이번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운명의 경계선이 되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가장 잘살고, 성공적인 다문화 국가라는 미 합중국이 가진, 인종과 빈부격차로 구별되어 있는 후미진 구석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 사건이었다. 아울러, 빈곤층일수록 자연재해에 더욱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번 사건은 성장의 이면에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