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02.04 (일)
올해 17살이 된 종건이의 기상시간은 보통 8시에서 9시 사이. 이시간이면 대부분의 그의 또래들은 학교에서 아침 자습을 할 시간이지만 그는 일어나서 여유 있게 아침 밥을 먹고 하고 싶은 공부나 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만화나 비디오를 보면서 소일한다. 또 올해 16살이 되는 은지의 하루 일상에는 낮에 개의 분비물을 치우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엄마를 도와 아침밥을 차리는 것은 물론 때로는 자기가 직접 점심을 차리기도 한다. 자기 또래와는 다른 일상을 보내는 종건이와 은지는 이른 바 홈스쿨러(homeschooler ;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공부하는 사람)다. 두 사람은 특별히 아프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학교를 그만두었다. 학교 보다 가정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 두 사람 같은 홈스쿨러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신의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며 학교가 주는 각종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홈스쿨링의 장점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우리 나라 사람들에겐, 별 문제가 없는데도 학교에 가지 않는 사람은 별종일 뿐이다. 그래서 많은 홈스쿨러들은 주변의 오해와 편견 속에 살아가게 된다. 가장 큰 오해는 홈스쿨러들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홈스쿨러들은 같은 또래 집단과 어울리는 것만이 사회성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실제 사회는 같은 또래 집단뿐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는 많은 사람들과도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사회경험을 통제당하고 오직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만 지내야 하는 학생들이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홈스쿨을 하는 학생들은 각종 캠프, 자원봉사활동, 강연 참가, 연극.운동 모임 등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기 때문에 횡적 사회성은 물론 종적인 사회성도 길러진다고 주장한다. 또 이 과정에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자발적인 학습을 하기 때문에 꾸준히 홈스쿨을 한 학생들은 학습능력도 매우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홈스쿨러들이 자신의 또래들보다 앞서 대학에 합격한 사실이 보도되며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의 홈스쿨러들도 학교에 다니는 또래들 못지않은 사회성과 학력을 보였다. 아직 통계적 분석은 없지만 홈스쿨러들이 사회성과 학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의무교육은 의무취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이 개념은 이제 도전받고 있다. 왜 꼭 학교에서만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가장 훌륭한 교육은 개개인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지만 학교는 그럴 수 없다. 학교는 기성복이며 학생 하나하나는 맞춤옷을 필요로 한다. 이런 맞춤옷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육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홈스쿨링이다. 근대 교육이 생기기 이전의 교육형태는 홈스쿨링이었고 현대 학교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 중의 하나도 바로 홈스쿨링이다. 그래서 홈스쿨링을 “오래된 미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홈스쿨은 공교육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홈스쿨의 모습은 우리 공교육이 부족한 것,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홈스쿨을 통해 참교육의 모습을 생각해 보고, 이제 막 싹을 틔운 홈스쿨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