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02.25 (일)
어느 날 갑자기 형사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유죄를 선고 받는 일은 양심에 털나고 심보 고약한 특별한 사람만의 일일까? 나는 꼬박꼬박 세금 잘 내고 싸우지 않고 착하게 가족끼리 오순도순 조용히 살면 그 어려운 법률 서비스 문제는 몰라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선량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범죄자(전과자)로 가는 길은 너무나 쉽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너무나 어렵다. 설사 잘 해결한다 해도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대통령, 삼성, 현대 재벌에서부터 달동네 사는 김씨까지 모두 다 법정의 문은 공평하게 열려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가 예측하는 그대로다. 돈에 의해 결정된 법률서비스의 수준 차이가 유죄무죄 여부와 죄의 형량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현실이다. 김 씨처럼 돈 없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대한민국의 법률서비스는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악순환은 언제까지 되풀이 될 것인가? 지금 한창 진행중인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방향은 서민들 입장을 제대로 반영할 것인가? 현행 법률서비스 제도는 단 1%의 부자들에게만 자유롭고 99%의 대다수 사람들은 돈 때문에 그 법률서비스가 여전히 멀다. 선량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돈이 없어 죄를 덮어쓰거나 과도한 형벌을 받는 일은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한다. 그들은 모두 평화로운 가정의 구성원들이고 이 사회의 건전한 일꾼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돈이 없거나 해서 최소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그런 법률서비스를 정비하고 확립하기 위해서는 고작 큰 다리 하나 만드는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언제까지 내 버려 둘 것인가? ▶ 사례 1. 어느날 갑자기 '존속 살인범'이 된 김씨 이야기 어느 날 아침 81세 된 어머니가 음식물을 토하고 119 구조대에 실려갔다. 그런데 병원에서 약물 때문인 것 같다는 한마디에 치매로 고생하시던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유일한 아들이 쉽게 범인으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았다. 술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아들, 불행히도 전날 쥐를 잡기위해 쥐약을 사오고 아무렇게나 방치해 혹시 어머니가 그 약을 드신 것은 아닌가하는 자책감에 경찰에서 그 부분을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런데 그 사소한 인정 때문에 그 아들은 존속살해범이라는 끔찍한 범죄인으로 재판정에 서게 된다. 전 재산이 500만원도 안 되는 일용직 노동자 김씨, 결코 변호인을 선임할 능력도 법률적지식도 없이 재판의 공정성과 자기의 결백만을 믿고 무죄를 기대했다는데…. 형을 거의 다 살고 가석방되어 최근에 나온 그는 가난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여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다. 존속살해범이라는 끔찍한 죄명을 떼어내기 위해 3심까지 마친 지금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렵기만 하다. ▶사례 2. 성추행 벌금 300만원, 변호인 선임료 500만원, 박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해 일어나는 형사사건이 250만 건, 그 중에 서민들을 위한 약식재판은 전체 형사사건의 80-90%에 해당한다. 그들이 무죄를 다투거나, 진실을 다툴 때 과연 법은 어느편에 있을까? 일단 돈에 따라 그 법은 움직여 갈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술자리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 때문에 박씨는 벌금300만원 약식명령이 떨어졌다. 300만원을 내자니 성추행범으로 평생 살아갈 것이고 무죄를 다투자니 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난한 화물트럭 기사인 박씨가 선택 가능한 법률 서비스의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