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04.15 (일)
004년 기준, 한 해 발생하는 교통사고 22만여 건 중 뺑소니 교통사고는 1만 6천여 건. 이 중 수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의신청을 하는 건수는 3400여 건에 이른다. 과거보다 사건현장의 보존율도 높아지고, 과학적인 수사로 인해 교통사고의 가해자 검거율도 높아지고는 있지만, 높아지는 검거율의 이면에는 무고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사례 1. 작년 5월 아침 6시 45분경, 서울 종암동에서 뺑소니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현장에는 처참한 모습의 시신과 자전거 한 대 만이 놓여 있었다. 증거가 없어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을 때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결정적인 제보가 접수됐다. 트레일러 한 대가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3차선 쪽의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사고를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이 증언을 토대로 수사는 급진전을 이루었고,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트레일러 운전수인 최현국(가명)을 지목했다. 최현국이 앞서가던 피해자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앞 범퍼로 자전거 뒷부분을 친 뒤, 도로에 넘어진 피해자를 트레일러의 뒷바퀴로 역과한 후 도주했다는 것이다. 수사결과를 놓고 경찰과 가해자로 지목된 최현국 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피해자의 옷에 찍힌 선명한 타이어 자국과 사건현장에 난 스키드마크, 그리고 목격자의 증언 등이었다. 하지만 사건 당시, 최현국의 트레일러에 실린 짐의 무게만도 수십 톤. 이렇게 짐을 실은 상태에서는 무거운 짐이 운전석으로 쏠려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급제동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채, 급제동을 해서 사고현장에 스키드마크자국을 남겼던 것일까? 또한 0.2의 시력에 안경도 끼지 않고 있었던 목격자는 얼마나 정확하게 사고현장을 본 것일까? 그리고 피해자의 옷에 찍혀있는 타이어 자국은 과연 이 트레일러의 것일까? 숱한 의문점들을 남긴 채, 용의자는 1심에서는 3년 형, 2심에서는 과실치사 혐의로 1년 6개월의 형을 받았지만, 본인과 가족들은 억울함을 주장하며 상고를 한 상태이다. ▶ 사례 2. 2003년 부산의 한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시내버스가 충돌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버스기사와 목격자들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신호 위반을 하면서 좌회전을 하려던 시내버스와 부딪힌 것으로 증언했고 그렇게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오토바이 운전자 아버지의 노력으로 새로운 목격자를 찾아냈고 수사상의 허점 또한 발견되었다. 결국, 자식을 잃고 가해자로까지 몰렸던 상황에서 아버지는 개인의 노력으로 약 3년 만에 자신의 아들이 피해자임을 밝혀낸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잘못된 수사로 인해 교통사고의 가해자로 지목 돼 혼자만의 노력으로 목격자를 찾고, 사설기관을 찾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교통사고의 진실을 밝혀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진실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인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경찰의 잘못된 수사에 대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얘기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경찰과 뺑소니가해자로 몰린 가족의 진실찾기 공방을 통해 뺑소니사고 수사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