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04.29 (일)
학교폭력 그 후, 그들의 끝나지 않은 전쟁 지난 한 해 학교폭력으로 세상을 뜬 아이들은 14명이다. 그 중 7명이 자살을 했다. 그 중 1명은 가해자로 죄책감에 자살을 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영혼이 파괴된 채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갇혀 있다. 학교폭력은 결국 맞은 자, 때린 자, 방관한 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폭력사건이 터진 후, 도대체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를 보자. 그들은 왜 두 번 세 번의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는가? 그 과정에서 학교는 무엇을 하는가? 폭력 발생 이후 과연 제대로 시시비비가 가려지고, 가해자에 대해 적확한 처분이 내려지는가? 또 피해자들은 잘 돌봐져서 무사히 학교로 복귀하는가? 학교폭력 해법의 실마리는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그 동안 관계당국과 학교는 이벤트성 예방대책에만 몰두하고, 폭력 이후의 문제는 고스란히 피해학생과 그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 본 프로그램은 이처럼 폭력상황 발생 이후에 벌어지는 문제에 주목한다. 맞은 자가 계속 숨죽이거나 떠나야 하는 상황, 학교폭력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는다. 폭력을 피해 필리핀으로 간 아이들 지난 16일 인천공항, 필리핀으로 떠나는 호진(가명, 중2)이와 아버지를 만났다. 입학 후 지속적으로 3명의 학교친구들로부터 돌아가며 별 다른 이유없이 폭언과 괴롭힘, 폭행을 받다가, 결국 급작스런 발작과 함께 기억을 잃어버리고 초등학생 지능으로 돌아갔다. 진단명 외상후 스트레스에 의한 해리성 기억상실 및 퇴행. 친부모를 계부모라 여기거나 자신을 자기 집에 기르는 개로 인식하기까지 했다. 학교에서는 흔히 있는 아이들 간의 싸움이라 했다. 또 아이의 내성적인 성격 탓이라 했다. 정신적 충격에선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지금, 호진이는 다시 학교와의 화해와 학교로의 복귀를 거부했다. 부모는 학교가 더 이상 호진이를 보호할 수 없음을 아니 더 파괴할 수 있음을 근심한다. 결국 가족들은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필리핀에서 만난 경수(가명, 고1) 역시 학교폭력을 피해 어머니와 함께 이곳으로 왔다. 필리핀에선 최소한 학교폭력이니 왕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안심이긴 하다. 하지만 친구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낯선 언어로 새로운 학창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왜 떠나야 하는 사람은 피해학생들과 그 가족들인가? 학교폭력을 학교폭력이라 부르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고 이혜선(충주00여고)양. 하지만 경찰은 이양을 집단 폭행한 폭력써클의 존재를 인정치 않고, 이양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뺨을 한 대 날렸다는 이유로 단순 쌍방폭행 패싸움으로 발표했다. 이에 충주지역 고교생들 1707명이 진상규명과 재조사를 요구하는 서명과 진정서를 제출했고, 시민단체와 국회의원까지 재조사를 촉구했다. 결국 경찰과 검찰의 재조사로 폭력써클의 존재가 확인 되었고, 중학교때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혔으며, 이양외에도 피해자들이 더 있음이 드러났다. 이 사건의 경우 학생들이 용감히 나서 주었기에 가능했던 조금은 특별한 경우이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인정치 않고 단순히 그 또래에 있기 마련인 싸움 정도로 여기거나 아예 사건 자체를 축소한다. 지난해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던 경남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처방안 문건은 이것이 단순히 피해자들의 주장만은 아님을 뒷받침한다. 경찰 조사에서도 단순 쌍방폭행으로 처리하기 쉽고 가해자들은 가해사실을 부정하기도 한다. 피해가족들이 나중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학교와 경찰이라는 큰 벽과 또 다시 부딪혀야 한다. 자녀의 치료와 진실규명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다 체념하거나, 기나긴 소송을 선택한다. 체념이든 소송이든 경제적 정신적 부담은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되고 심지어 가정파탄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