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05.13 (일)
방송 : 5월 13일 (토) 연출 : 조욱희 작가 : 김미수 인간의 비극 - 殺人...死刑 기획의도 유영철 연쇄 살인,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 정남규 연쇄 살인... 최근 경악할 만한 반인륜적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살인자들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와 두려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사람들은 이들을 죽이라고 한다. 잔인한 살인자들을 죽임으로서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또한 더 이상의 잔인한 살인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살인자들을 사형시킴으로서 유가족의 아픔은 치유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나아가 살인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혀 차분하게 이루어 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번 방송을 통해 사형제도의 범죄 예방 효과에 관해 객관적인 분석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사형제 존폐의 문제를 지금 당장 결론 내릴 수 없다면, 과연 피해자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에 관해서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형수들은 본인이 원하더라도 전혀 노동할 수 없는 모순된 현실에 대해서도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 무기 판결은 합당한 것인가? 지난 2월, 서울 용산에서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인 김씨는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아이를 잃은 부모는 범인의 사형을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사람들은 이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가 유명무실해 지고 처벌이 약해지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의 믿음처럼 사형은 살인 범죄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무기 판결의 주요한 근거에 대한 재판부의 소신과 일반 시민들의 법 감정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살해된 초등학생의 부모를 직접만나 그 분들이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과연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들어보았다. 이분들은 현재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존재하는 한 실제 집행여부와 관계없이 법은 원칙대로 범인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2. 사형수들은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하는 강력범죄 건수는 20만 건, 그 중 살인사건만 매년 천여 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강력범죄가 늘어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사형제를 존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과연 사형제는 범죄 억제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 부분은 사형제 존폐논란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이다. 폐지론자와 존속론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주장에 유리한 데이터를 근거로 내세우지만, 그 어느 쪽도 명확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우리가 만난 사형수 김진만(가명, 41/살인죄로 사형 선고받음)은 범죄를 저지르는 그 순간만큼은 사형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근 연쇄살인을 저지른 정씨,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범인 김씨, 그리고 현재 수감 중인 63명의 사형수 중 73%가 모두 재범자이다. 그들 모두는 법의 심판을 한 번 이상 받았으며, 살인을 저지르면 자신 역시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과연 왜 그런 것일까? 3. 살인 피해자들을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는 홍수 등 자연재해로 아픔을 겪는 이재민들을 위해서도 성금을 모금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그 피해를 위로하고 아픔을 달래주려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을 살인자에 의해 빼앗긴 살인 피해자 유가족들은 사회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죄인 아닌 죄인으로 2차 3차 피해를 입으며 살아가고 있다. 살인 사건 피해자 유가족 중 일부는 심한 정신적 상처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살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 자녀 중 일부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사회에 대한 원망 속에서 범죄자의 길을 걷기도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사형제 존폐 그 자체에만 논란을 벌이고 있을 뿐 가장 중요한 살인피해자 유가족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범죄피해자 구조법과 보호법을 제정해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살인 피해자 유가족 모임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외국의 사례를 통해 그리고 국내 살인 피해자 유가족의 실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도 필요하지만 피해자 유가족들 스스로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방송에서 유영철 살인 피해 유가족이 정남규 살인 피해자 유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서로 위로 받는 감동적인 모습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사형수와 노동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제기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범에게 무기징역형이 선고되자 많은 네티즌들은 그런 인간을 평생 교도소에 놔두고 먹이고 재우고 하는 것은 세금이 아깝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살인피해자 유가족들은 사형수들은 국가의 보호아래 일도 안하고 편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지난 97년 12월 사형집행 이래 현재까지 사형은 한 건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현재 법무부는 사형제 존폐문제를 재검토 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사형제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큰 것도 사실이다. 사형제 존폐문제는 쉽게 결론내리기 힘든 여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사형수의 노동에 관한 것이다. 현재 사형수들은 미결수의 처우에 준하기 때문에 본인이 노동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가 없다. 사형수중 일부는 스스로 노동을 해서 자신의 밥벌이라도 하고 또 혹시라도 남는 게 있다면 자신의 죗값을 씻는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한다. 유가족들 중에도 사형수들이 그냥 편하게 놀고먹는 것 보다는 뭐라도 해서 진짜 뉘우치고 반성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형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결론 나든 이 문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