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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07.01 (일)
** 진실을 말한 혹독한 대가 
94년 증인보복살해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경록사건. 성폭행사건으로 3년 6개월의 형을 살고 나온 김경록이 출소한 후 처음 찾아간 곳은 바로 법정증인의 집이었다. 일명 ‘살인 노트’라 불리던 그의 일기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법정증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살인 노트에 적힌 대로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끔찍했던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곧 잊혀 졌고 이제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11살 된 아들을 잃고 아내마저 뇌를 크게 다친 김재호(가명)씨는 아직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법원의 출두명령을 받고 법정에 나가 자신이 들은 것을 증언한 것이 그런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사건이 일어난 후 국가로부터 한 푼의 보상비도 지급받지 못했다. 범행을 당한 것이 증언을 했던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증인보호는커녕 끔찍한 보복을 당했어도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는 김 씨는 이제 위급한 상황을 봐도 절대로 신고하거나 증인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씨와 가족들이 치른 혹독한 대가는 그렇게 12년이란 시간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 마약 신고자 정씨의 끝없는 유랑
2000년 당시 선원이었던 정영구(가명)씨는 자신이 탄 배에서 우연히 필로폰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이 탄 배가 마약밀수를 하는 것이라 확신을 하고, 중간정착지에서 배를 이탈해 천안의 한 파출소로 찾아가 신고를 했다. 다량의 마약을 밀수한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군산항에서 문제의 배를 덮쳤고 수색이 이루어 졌지만 마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씨는 작전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허위신고를 한 셈이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정씨는 자신을 죽이고 가족들을 헤치겠다는 협박전화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전국을 떠도는 도피생활을 하게 되었다. 정씨는 신변보호 요청을 하기 위해 경찰서, 검찰청, 국가인권위에까지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지만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그렇게 6년간의 도피생활로 인해 정씨의 한쪽 눈은 실명상태가 되었고 당뇨합병증, 불안증 등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도 불안감속에서 살고 있다는 정씨는 그래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다만 용기 있는 신고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보복이 두려운 신고자들, 대책은 없나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최남규(가명)씨는 개업초기부터 배후에 폭력조직이 있다며 계속해서 돈을 갈취하는 박씨에게 시달려왔다. 더 이상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하자 박씨의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됐고 흉기에 찔린 최씨의 신고로 최씨는 2년 6개월 형을 받았다. 하지만 최씨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출소한 후 최씨의 행방을 알아내 다시 찾아온 박씨는 자신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다시 최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보복이 두려워 다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최씨는 이민까지 생각하면서 다시 신고했고 박씨는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보복의 두려움을 늘 안고 살아간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범죄정보의 제공자나 신고자에 대한 보복범죄는 9개월 동안 2600여건에 달했다. 대부분이 폭력이었고, 살인과 강도도 60여건에 육박했다. 그만큼 보복범죄에 노출되어있는 범죄피해자나 신고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보복의 두려움으로 신고를 꺼려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재 신고자와 증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 ‘특정범죄신고자등 보호법’이 그것이다. 2002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범죄 신고자등이 보복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담당검사나 관할 경찰서장이 신변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살인이나 마약, 조직폭력 같은 특정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신고자는 보복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범죄를 신고하거나 증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복을 당하거나 보복위협에 시달리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범죄 신고자나 증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보호시스템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