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08.26 (일)
[ 기획의도 ]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근로자가 고객의 감정을 맞추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감정노동 스트레스의 핵심은 ‘감정불일치’다. 근로자가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고객을 웃음과 친절로 대해야 하는 직무상의 요구로 실제 느끼는 감정과 외부로 표현하는 감정이 서로 달라 충돌하면서 괴리감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일상적으로 반복된다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겉은 웃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고객만족이 기업생존의 화두가 되면서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울증, 대인기피증, 화병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감정노동을 없애자고 할 순 없지만 과도한 감정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감정노동의 현장을 살펴보고 기업과 개인차원에서 감정노동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1. 고객스트레스로 1년 여간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한 김지혜(가명,28)씨 백화점과 대형할인점등 줄곧 유통 서비스업에서 일을 해왔다는 김씨는 고객만족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데다가 업무 특성상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많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폭언에 가까운 말이 매일같이 쏟아졌지만 싫은 표정 한번 내비칠 수 없었다고 한다. 자주 불안과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증을 느꼈다는 김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각해졌다고 한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사람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며, 대인기피증으로 집에서만 1년여를 생활하게 됐다. 2. 입 없는 인형을 좋아하는 간호사 최민경(가명, 27세)씨-우울증 한 병원의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는 최씨는 환자들을 많이 상대하게 되는 데스크 업무를 맡고 있다. 고객제일주의를 내세우는 병원 측의 요구로 계속되는 환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불평을 친절하게 받아주는 것이 일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최씨는 현재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낮에는 있는 힘껏 업무를 하지만 집에 오면 탈진상태가 된다는 최씨는 입 없는 고양이 인형을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라고 소개한다. 입이 없으니 말이 없다는 게 좋아하는 이유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달래려 한 잔, 두 잔 먹기 시작한 술에 취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적으로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이중고를 겪게 되자 가족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3. 손님이 무서운 의류 판매사원 이지연(가명, 35세) 10여 년 동안 의류를 판매해온 이씨는 손님이 무섭다. 경험 많은 사원답게 능숙하게 손님을 대하지만 어느 순간 손님들이 겁난다. 이씨의 증상은 공황장애. 자신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걸어오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 초조해진다. 막 소리 지르고 대항하고 싶지만 폭발을 못 시키고 안으로만 참다가 보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참아낼 수가 없다. 손님의 불만을 해결하다가 가끔씩 심하면 화장실로 가야한다. 화장실에서 안정제를 먹고 한참 앉아 있는 것으로 겨우 고비를 넘긴다. 이지연씨는 무척 외향적이고 활발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자꾸 소심해지고 움츠려 드는 자신이 낯설다고 한다. 4. 고객감동의 헌병대 미스터리 쇼퍼 그는 누구인가? 일반 고객을 가장하여 매장을 방문해 물건을 사면서 점원의 친절도, 외모, 판매기술, 사업장의 분위기 등을 평가하여 개선점을 제안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미스터리 쇼퍼라고 부른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평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기업을 대신하여 소비자의 반응을 평가한다. 상품에 대해 물어보고, 구매를 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등 실제 고객이 하는 행동을 한다. 그러면서 매장 직원들의 반응과 서비스, 상품에 대한 지식, 청결상태, 발생한 상황의 전말이나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에 대해 평가표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들이 움직인다는 정보가 포착되면 매장 직원들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취재진은 한 미스터리 쇼퍼와 동행해 그의 은밀한 활동을 소개한다. 5. 전설의 불량 고객들 이마저도 참으라는 말인가요?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은 이른바 ‘불량 고객’들이다. 친절과 미소에 따뜻하게 반응해주는 고객이 있는 반면 마치 하인을 대하듯이 판매사원들을 대하는 일부 고객들도 존재한다. 항상 뭔가를 요구하고 그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줘도 거기에 상관없이 불평을 하는 고객, 또는 직원들과 합의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고객들은 직원들을 끊임없이 고갈시킬 뿐이라고 한다. 현장의 판매사원들을 통해 전설로 통하는 불량고객들이 벌인 황당한 사건들을 알아본다. 6.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행복하고 고객도 행복하다 전문가들은 감정노동의 우울 수준을 감소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근로자들의 복지제도 향상, 직무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의 개발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높은 직무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절실히 요청되며 그동안 부수적 형태의 노동, 혹은 인격과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여겨져 왔던 감정 노동을 하나의 노동과정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문제에 우리 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직원들이 근무가 끝나고 난 뒤 혼자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기숙사 1인 1실 제도를 시행하는 등 직무 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마련해온 경기도의 한 놀이공원 등의 사례를 통해 감정노동 스트레스를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대처방안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