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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6.12.09 (일)
가족해체를 부르는 조기유학 ‘올인’

담당PD: 오기현           작가: 김미수

 조기유학 ‘올인’. 조기 유학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005년 3월부터 2006년 2월 까지 조기유학을 위해 한국을 떠난 아이들은 모두 20,400명. 중국에 이어 미국의 외국유학생 중에서도 한국인이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조기유학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 반에서 10여명이 빠져나간 초등학교학급도 있다.
 너도나도 나가다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의 학습부적응과 문화적인 충격으로 인한 갈등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더 더욱 중요한 것은 조기유학으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이 깨진다는 사실이다. 무리한 유학비용 부담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가족의 해체로 인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멀리 보낸 자녀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만으로 부모들은 자신들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자녀들은 부모들이 ‘말썽꾸러기’ 자식들을 외국으로 내 몰았다고 여긴다. 또 한국의 부모들은 유학비용 지원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여기며 자신들의 희생을 부각시키지만, 자녀들은 오히려 부담스러워만 할 뿐이다. 부모들의 지나친 기대 앞에 자녀들은 좌절하고 방황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복귀학생에 대한 프로그램은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다. 부모동반 유학을 제외하고는 초중등학생의 해외유학은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 커리큘럼과 한국의 그것이 달라서 아이들은 복귀 후에도 학습장애에 시달린다. 외국에 한 가지 공부에만 매달리고 온 아이들에게 한국친구들의 학습 진도는 너무 멀어져 있다. 외국어 한 가지만 잘해도 경쟁력이 있다던 시대는 지났다. 그래서 상당수의 유학생들은 대학졸업 뒤에 취업을 못해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취업난민이 된다. 그래도 한국의 부모는 여전히 조기유학을 꿈꾼다. 극소수의 성공자들을 모델로 삼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인가, 환상을 좇는 부모들의 무모한 선택인가?  조기유학에 ‘올인’하는 우리시대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살펴보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1. 부모의 당연한 사랑인가, 과욕이 빚은 상처인가?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는 A씨. 7년 전 유럽의 유명음대에 딸을 유학을 보낸 후 1년 뒤 부인마저 딸에게 떠나자,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혼자 외롭게 살고 있다. 얼마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뒤에는 주머니에 항상 가족의 연락처를 지니고 다닌다. 혹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을 때 가족에게 연락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는 딸만 생각하면 부쩍부쩍 힘이 난다. 유학 간 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2. 조기유학을 선택한 이유 있는 ‘항변’

 안산에 사는 B씨는 두 딸을 호주로 유학 보내며 3년간 1억 2천만 원의 비용을 들였지만 아깝지 않다. 아이들을 학원에 묶어두는 한국의 교육현실이 싫은데다가 조기유학이 자녀들의 장래를 보장해주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남대문에서 액세서리 장사를 하는 C씨는 자녀 둘을 미국으로 보낸 뒤 자신도 곧 투자이민 형태로 미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재산을 담보로 은행대출도 받았다. 월 70만원 하는 한국의 영어학원비를 내는 것 보다는 미국이민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3. 가족의 행복과 맞바꾼 조기유학

 성폭행혐의로 긴급구속 된 분당의 학원강사 D씨, 그런데 놀랍게도 피해자는 자신의 친딸. 2002년 아내와 함께 세 딸을 캐나다로 보낸 최씨는, 수년간 가족의 뒷바라지로 매달 8백만 원씩을 송금했다. 자신의 월수입 5백만 원을 훨씬 넘어선 비용. 수년간 외로운 기러기 아빠 처지에다가 가족들의 호화로운 생활 소문에 배신감을 느끼던 중 유학에 적응하지 못해 귀국한 큰 딸을 성폭행하기에 이른다. 안경사 E씨는 4개월 전 아내와 자녀를 모두 유학 보냈다. 가족이 떠난 빈자리를 메울 수 없어, 조씨는 지금 심한 우울증에 빠져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 심야에 장난전화를 하거나 채팅으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조기유학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가족의 해체라는 극단적인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

4. 조기유학 ‘올인’, 그 효과를 낙관할 수 있는가?

 11월 30일 김포공항에는 멀리 인도로 유학 갔던 아이 둘이 7개월 만에 남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유학원의 말만 믿고‘ IT강국 인도’의 꿈을 좇아 보냈는데 아이들이 퇴학처분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기숙사에서 아이들의 사소한 소란이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학교 측의 과잉처분을 받았다.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수개월이 지나도록 교과서를 지급 받지 못하였다. 분당에 사는 F씨는 2년 반 동안 2억 5천만원을 들여 아이들 셋을 캐나다로 유학 보냈다. 첫째 아이는 한국에서 전교 일등을 하던 아이였으나 귀국 후 첫 시험에서 수학 5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첫째 아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부모가 동행하지 않은 조기유학은 위험이 상존한다.

5. 나홀로 유학, 위험한 도박

 나홀로 유학은 아이들의 학업성취는 고사하고 정서적 피폐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중국의 한국유학생 유치목적은 경제적 수입이다. 그래서 한국아이들은 말로만 ‘국제부’ 수업을 받으며 현지 학생들의 10배 가까운 수업료를 지급한다. 현지학생과의 교류를 통해 자연스러운 문화체험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미국 청소년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마약. 정서적 갈등을 이기지 못한 우리 유학생 중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의 환상과 책임방기가 가져온 아이들만의 ‘나홀로 유학’은 성공확률이 거의 없는 위험한 도박이다.

6. 조기유학, 미래는 보장되는가? 

‘외국어 하나’만을 위해 유학에 올인 하던 시기는 지났다. 중국유학생 G씨, 3년 전 대학을 졸업했지만 중국어 하나 만이 무기였던 그에게 중국이나 한국이나 취업의 문은 너무 좁았다. 통역관 H씨,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현지에서 직장을 잡기란 너무 어려웠다.  한국 대기업에 취업을 했으나 문화적 차이로 적응하기 힘들어 현재 프리랜서 통역관으로 일한다. 유학의 성공 확률은 어느 정도인지 미국 명문 텍사스 주립대 졸업생 687명의 진로를 통해 확인해 본다. 

7. 자녀의 행복을 위한 신중한 선택

 세계화 국제화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해외유학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조기유학의 장점도 있다. 그러나 조기유학의 성과는 정확한 목표의식과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 특히 자녀의 올바른 성장은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조기유학을 통해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신중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