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교양 · 예능 · 스포츠

SBS 앱에서 시청하세요

재생
412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7.01.20 (일)
“나는 간첩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두 글자, 간첩! 지난 시절 우리는 많은 간첩 검거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북괴의 위협에 분노하였다.’ 하지만 검거된 간첩들이 모두 북한을 위해 암약하던 진짜 간첩들일까? 지난해 12월 22일 진실화해위원회는 85년에 있었던 이준호 배병희 모자간첩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결론내리고, 국가에 재심을 권고 했다. 2005년 7월 15일에는 국가보안법 사범으론 처음으로 함주명씨가 법원의 재심 끝에 간첩혐의 무죄판결을 받았다. 함씨는 간첩혐의로 체포돼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의해 모진 고문을 받아 이를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한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했었다. 수십 년 동안 함씨처럼 죽기 전에 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만이라도 제발 벗겨달라며 인권·시민 단체들을 통해 재심신청을 기다리는 고문·조작 간첩만도 100여건에 이른다.(민가협집계) 이들은 주로 납북 귀환 어부, 월북자 가족, 유학생, 재일교포와 그 주변 사람들로 민주화투쟁이나 시국사건과는 전혀 관련 없이 그저 평범하게 생업에 종사하다 안기부와 보안사에 의해 간첩으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조작, 현재 진행형 고통
◆ 보광스님(세속명 이상철)은 70년대 초 납북되었다 풀려난 어부였다. 12년 후인 ‘83년 대구 보안부대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과 협박에 간첩임을 허위자백 했다고 한다. 어린 자식들을 고문실로 데리고 와 아버지가 고문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버지에게 빨리 자백하라고 말하게 시키기까지 하는 잔인함에 그는 자백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17년형을 살았다는 것이다. 아들은 그때의 충격이후 간첩자식임을 증오하며 아버지를 찾지 않았다. 같이 조사받은 친동생은 고문후유증으로 앓다가 숨졌다. 그래서 그는 만기출소 후 곧바로 절로 들어가 스님이 되었다. 스님은 지난해부터 아들에게 간첩자식의 오명을 물려 줄 수 없다며, 누명을 벗기 위한 재심 청구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스님 아버지는 24년 만에 아들을 찾아간다......

◆ ‘82년 중앙정보부에서 안기부로 바뀐 후 최대의 간첩사건이라던 ’송씨일가 간첩단 사건.‘ 일가와 사돈 등 도합 29명이 연행되고 9명이 간첩, 5명이 간첩을 도왔다는 혐의로 처벌된 사건이었다. 당시 대법원에서 최장 116일의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인한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라 인정할 수 없다며 두 번이나 파기환송하였고 고법이 이에 불복하여 상고를 반복, 결국 유죄판결을 받아낸 유명한 핑퐁재판이었다. 간첩활동 알리바이를 입증해준 증인도 증언 직후 안기부로 끌고 갔고 위증죄로 처벌시켜 증언을 무효화 시켰다고 한다. 고문후유증으로 한 사람은 이미 고인이 되었고, 간첩수괴로 7년형을 선고 받았던 송지섭씨는 진실 규명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어다니다 결과를 보지 못하고 몇 달 전 끝내 유명을 달리 했다. 나머지 사건 관련자들 중 대부분은 여전히 두려움에 숨죽여 살고, 심지어 취재진에게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면 그때처럼 다시 끌려갈 수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것조차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직도 그들은 2007년이 아닌 1982년 그때의 사회에 살고 있고, 그 고통은 이제는 한이 되어 굳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송씨일가 만이 아닌, 거의 모든 조작간첩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다.

다시 진실의 기회는 있는가
민주화 운동이나 대형 시국사건 관련자들은 특별법 등을 통해 불완전하나마 명예회복의 길이 트였지만, 평범한 농사꾼이나 선원에서 하루아침에 간첩 누명을 쓰고 십 수 년 옥살이를 한 이들은 사회적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그들은 최소한의 진실규명 기회를 원한다. 하지만 권위주의 정권시절 사법부에 의해 간첩으로 선고 된 이들이, 다시 재심이라는 사법절차를 통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재심제도가 너무 까다롭고 사법부가 이를 지극히 보수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나 각 기관별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재조사에 들어갈 수 있지만, 조사권한이 제한적이고 한시적 기구라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곳을 통해 밝혀진 결과 역시 재심사유로 받아들여질 지는 사법부에 달려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간첩 조작의혹 사건 피해자들의 사연과 고통을 들어보고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진실규명 절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대안은 없는지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