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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7.06.30 (일)
제 목 : ' 삶을 파괴하는 고통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가제)' 
방송일 : 2007년 6월 30일 (토) 밤 11시 5분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안, 옆 사람과 어깨가 살짝 부딪친 충격만으로도 응급실에 실려 가야 하는 이들이 있다. 붓으로 스치기만 해도 칼로 찌르는 듯한, 깨어진 유리조각 위를 맨발로 걷는 듯한 고통을 매일,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 다름 아닌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이하 CRPS)’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이다. 뼈가 부러져서,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쳐서, 심지어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등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신체적 충격으로 인해 발생되는 CRPS는 다른 희귀 난치병과는 달리 후천적 요인으로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서는 이러한 CRPS라는 희귀병을 겪고 있는 환우들의 아픔을 살펴보고,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고자 한다.


“절대로 꾀병이 아니다!” - 환자들의 간절한 절규

올해 25살의 김해동 씨는 2005년 전투경찰로 군복무를 하던 중 시위 진압 작전에 투입되었다. 작전 도중 시위대에 의해 왼쪽 손과 다리를 심하게 가격당한 그는, 강한 통증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골절상으로 생각하여 기본적인 응급치료만 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남짓이면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했던 통증은 두 달, 세 달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고 나날이 참기 힘든 고통이 계속되었지만 겉으로는 외상이 회복된 상태였기에 그가 호소하는 아픔은 엄살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진통제를 열 알씩 삼켜가며 근무를 서야 하는 날들이 반복되었고 간신히 병가를 내어 제대로 된 진찰을 받게 되었을 때, 병은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쳐 영구 장애로 발전해 있었다. 가장 강한 마약류 진통제마저 큰 효과가 없을 정도로 악화된 통증 때문에 취업은 물론, 여타 사회생활도 전혀 불가능하지만 군 복무 중에 발생한 사고였음에도 김해동 씨에게 국가가 인정한 국가유공자 등급은 턱없이 낮기만 하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병인 CRPS에 대한 진단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 졸이지 않고 치료를 받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

송수빈(45)씨는 한때 분신자살을 하기 위해 자신이 타는 휠체어에 휘발유를 싣고 다녔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으며 지금도 배에는 자해의 자국이 또렷이 남아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끔 몰고 갔던 것일까? 산업재해로 인해 CRPS가 발병한 송씨의 경우 현재 근로복지 공단의 요양기간 신청 승인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불승인의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명확한 심사 기준과 전문 자문단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지는 이 승인심사의 과정은 치료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분쟁을 낳는다.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한번 강제 퇴원조치를 당한 적이 있는 송수빈 씨는, CRPS 환자들에게는 끔찍한 신체적 고통 외에도 싸워나가야 할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병을 악화시켜야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CRPS 환자들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은 ‘척수신경 자극기’ 수술이다. 몸 안에 배터리를 넣고 통증 부위에 전기 자극을 주어 통증을 줄이는 수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고가의 장비를 몸 안에 집어넣어주어야 하는 큰 수술이기에 웬만한 환자들은 살인적 통증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수술을 결정하지 못한다. 보험사나 국가 기관을 통해 수술 비용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적절한 통증 치료에 효과가 없고, 통증 점수 7 이상의 심한 통증이 지속될 경우’에 해당되어야만 한다. 통증 전문의들에 따르면 3개월 이내에 척수 자극기 수술을 통한 통증 감소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확률이 90% 이상이며 6개월 이상 지날수록 그 확률은 현저히 낮아진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통증을 더 악화시켜야 수술을 받을 수는 상황 속에서 CRPS 환자들의 고통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