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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7.08.18 (일)
제 목 :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 장애인 실종의 블랙홀 편
방송일 : 2007년 8월 18일 (토) 밤 11시 5분

누구나 한 번쯤 어렸을 적 길을 잃어버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길을 잃은 아이들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되지만 낯선 상황 속에서 당황 할수록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정신 장애인들의 경우, 제대로 자기의 신원을 밝히지 못해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으며 관할 관청을 통해 시설로 인계되는 그길로 오랜 시간동안 가족과 이별하게 될 확률이 크다. 이번 주 에서는 이러한 정신장애를 가진 실종자와 관련하여, 그들이 장기 실종자로 처리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상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이들의 실종에 대처해야 할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죽어서 돌아온 사람, 살아서 돌아온 사람 

얼마 전, 실종된 지 6년 만에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정신지체 장애인 김00군의 소식이 전해져 우리 모두를 경악케 했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아들을 찾기 위해 온 동네 구석구석을 뒤지며 지나는 길에 수도 없이 지나쳤던 인근의 정신병원 안에서, 김군은 6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넘긴 후에야 그것도 격리된 독방문의 창틈에 머리가 끼어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한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김군이 정신병원으로 인계될 당시 구청의 기록상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또렷하게 밝혔기 때문에 만일 실종 신고와 김군의 신원을 대조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 졌더라면 그 즉시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려보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부산의 홍00군 역시 집을 잃어버린 후 관할 구청을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할 때 자신의 이름과 주소에 대한 정보를 분명히 밝혔고 진료기록부에도 그러한 정보들이 기입되어 있었지만, 무연고자로 분류되어 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정신병원에 감금되다시피 해야 했다. 게다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홍군의 신원이 밝혀진 이유 또한 어처구니없게도 너무나 단순하다. 홍군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 한 사회복지사가 아이의 이름으로 실종자 검색작업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연고지를 찾게 된 것이다. 
보호할 의무는 있으나, 찾아줄 의무는 없다?  

무연고 행려 환자로 분류되어 병원이나 시설에 맡겨진 정신 장애인들의 연고를 찾아주기 위한 작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부 지침에 따르면 각 지자체와 경찰에서는 1년에 2회 정도 시설과 의료기관을 방문, 무연고자들에 대한 상담과 지문채취 작업등을 통해 이들의 연고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담당자들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문채취나 상담 등의 작업들이 신원을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 다분히 요식적인 절차로 비정기적으로 진행되기 쉽다.  
환자들에 무관심한 의료기관들 또한 문제이다. 정신 장애인의 특성상 100%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환자 쪽에서 이름과 주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환자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어떠한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는 있지만 가족을 ‘찾아 주어야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실종 장애인의 블랙홀, 정신병원

무책임한 지자체와 무관심한 병원의 행태에 가장 속을 태우는 사람들은 역시 장애가 있는 자식이나 부모를 잃어버린 실종 장애인의 가족들이다. 그들은 정신병원과 시설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설과 정신병원들은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찾아가 보았자 할 수 있는 일은 가지고 간 전단지를 놓고 오는 것이 전부이다. 그래도 실종자 가족들은 이러한 찾는 작업을 멈추지 못한다. 아무런 성과가 없지만 그래도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렇게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발로 뛰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5년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법’이 통과된 이후 무연고자가 입소할 경우 각 장애인 시설이나 정신병원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는 있지만 정신병원의 경우 신상카드 제출이 의무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시설에 어떤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경로는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또한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정신병원의 입원에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는데다가 무연고 환자를 입원시키고 있는 병원은 지자체로부터 환자 1인당 월100만원에 가까운 의료급여를 수령할 수 있는 현행 정신 의료시스템은, 정신병원의 입장에서는 무연고 환자들의 신원을 파악하여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점에 있어 전혀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하고 있기에 아직도 한국의 정신병원은 실종 장애인들의 블랙홀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