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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7.10.20 (일)
○ 제 목 : 잡거나 혹은 잡히거나 - '경찰범죄'와의 전쟁
○ 방송일시 : 2007년 10월 20일 (토) 밤 10시55분 
○ 연 출 : 강 범 석 / 작 가 : 신 진 주 
 
** 사건의 범인은 바로 경찰이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환승주차장에서는 귀가 중이던 여성운전자를 납치하여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미수에 그친 사건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5건이 발생했지만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범인은 모자와 복면을 썼을 뿐만 아니라 헤어밴드를 이용해 피해자의 눈까지 가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한 범행현장에서는 어떠한 지문도 남기지 않았고, 범인의 모습은 은행의 폐쇄회로 카메라에도 찍혀있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사건의 범인을 잡기위해 잠복근무하던 경찰은 9월 19일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하려던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충격적인 것은 범인의 정체. 범인으로 밝혀진 사람은 근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력 19년의 현직 경찰이었다. 

최근 들어 경찰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에는 현직 경찰이 지하철에서 여성 승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광주에서는 전남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김 모 경위가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적발돼 직위 해제되기도 했다.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수백 명의 경찰이 각종 범죄로 처벌받고 있고, 그 종류도 폭행, 사채놀이, 도박, 횡령, 부녀자 성추행 등 셀 수 없이 다양해 경찰의 기강을 의심케 하고 있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이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고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 경찰과 범죄가 만났을 때

최근 경찰들의 범죄 중 직무와 무관한 강도, 강간, 성폭행 등 강력 범죄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찰청에서 발간하는 범죄통계에 따르면 2006년 경찰관의 형법범죄는 645건으로 2002년 354건에 비해 82% 가량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경찰범죄가 더욱 위험할 수 있는 것은 그와 같은 사건들이 경찰이 확보할 수 있는 ‘개인정보’나 ‘수사정보’'와 같은 중요한 정보들과 결합했을 때 그 피해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2004년 서울과 부산의 모 경찰서 소속 경찰 5명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고 투자금을 횡령한 수배자의 소재를 알려주었다가, 소재가 발각된 수배자가 납치범들에게 목숨을 잃기도 했으며, 작년에는 성폭행으로 조사받던 피해자를 현장검증을 빌미로 성추행을 한 경찰관이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범죄의 또 다른 위험성은 범죄의 계획과 실행, 그리고 은폐의 과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연쇄 성폭행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도 스스로 습득하고 훈련받은 범죄 진압 기술을 적극적으로 악용하여 치밀하고 지속적인 범행을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 ‘나쁜 경찰’은 누가 잡나?

경찰 내부에서 징계를 받는 문제경찰 때문에 그 관리를 책임지는 상관까지도 줄줄이 처벌을 받게 되는 조직 특성 때문에, 되도록이면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제 식구 감싸기’가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리고 설사 처벌이 된다 하더라도 소청심사를 통해 다시 복직하게 되거나, 처벌의 수위를 훨씬 적게 받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로 경찰의 소청심사 신청 건수는 전체 공무원의 소청 건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2배 이상 많았고, 지난 5년간 징계를 취소하거나 가볍게 해주는 구제율도 44%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경찰관들의 범죄가 끊이지 않자 경찰청에서는 정신과 의사, 목사 등으로 구성된 ‘민간 고충상담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상담관 170명을 위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이유로 출범했던 ‘시민감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유명무실해진 현실을 돌아봤을 때, 그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다수의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경찰 범죄는 전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경찰 범죄의 특성을 분석하고, 경찰 범죄를 줄이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