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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2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7.11.24 (일)
○ 제 목 : IMF 10년,  당신의 환란은 끝났습니까?
○ 방송일시 : 2007년 11월24일(토) 11시 5분 예정
○ 연 출 : 이 동 협 / 작 가 : 최 경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 빚을 갚을 달러가 없으니 외부의 자금을 끌어와서라도 위기를 넘겨야겠다는 벼랑 끝에 내몰린 정부의 선언이 있은 지 얼마 뒤, 설마 했던 상상들은 잔인한 현실이 되고 허약했던 경제, 사회 시스템은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고속성장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던 사회의 불안요소들은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정리해고, 가정 해체와 자살 등 여러 가지 다른 이름이 되어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피어올라 숨통을 죄여 왔다. 꿈같은 한강의 기적을 믿고 있었던 국민들은 순식간에 사지에 내몰려 산지옥을 경험하여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내야 했다. 
IMF에 빗댄 "I am Fired.", "I am F."라는 씁쓸한 유머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 지금, 바닥이 났던 외환 보유고는 세계 4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주식시장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던 KOSPI 지수는 2000선을 훌쩍 넘기는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 신용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대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경제지표상의 한국은 이미 치욕스런 1997년 11월의 기억을 잊어도 될 만큼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그러나 통계 자료가 보여주는 수치의 상승만큼이나 당신의 삶도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는가? 환란의 10년이 지난 2007년 현재, 당신의 위기는 극복된 지 오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중소기업 사장에서 노숙자로, 김학식씨의 잃어버린 10년

노숙인 쉼터에서 만난 김학식씨는 수년간 길거리 생활을 전전하다 얼마 전부터 영등포의 한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매월 받는 37만 2000원이 전 재산이라는 그의 전직은 잘나가던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낮없이 공장을 돌려야 했고, 연간 매출이 200억에 육박하기도 했다는 김학식씨. 하지만 발을 편히 뻗기도 힘들만큼 작은 쪽방 안에서 파스 한 장 사기도 버거워 끙끙대는 현재 모습은 그가 말하는 과거가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할 정도로 초라하기만 하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어떤 일들을 겪었으며 어떻게 하다가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풀빵장사 사랑이네의 과거, 그리고 현재 

후미진 골목 끝자락, [사랑이네]라고 쓰인 작은 간판을 내걸고 붕어빵을 구워 팔던 사랑이 아빠 임효근씨. 10년 전 에서는 IMF로 인한 생활고 때문에 아이를 보육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취재했었고, 그는 당시 우리가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정리해고 되어 실직한 후, 부인까지 가출해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던 임효근씨.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빠라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면서도 [사랑이네]라고 쓰인 예쁜 간판을 풀빵 포장마차 한 가운데에 붙여두고 사랑이와 함께 다시 한집에서 행복하게 살 날만을 꿈꾼다던 그는 과연 그런 소박한 꿈을 이루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 불안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아빠를 찾던 세 살 배기 사랑이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위태로운 10년,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 

언제 자살을 할 지 모르니 죽기 전 한 번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제작진에게 먼저 연락을 해온 조형자(가명)씨. 작은 장어구이 식당을 꾸려가는 그들 부부는 한때 100평이 넘는 외식업체를 운영하던 사장님과 사모님이었지만, IMF 이후 빚만 잔뜩 진 채 사업이 망하고 어떻게든 살아볼 요량으로 끌어다 쓴 사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제는 남은 식당마저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빚이 빚을 낳고 병이 병을 낳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진저리나서 생을 포기할 마음으로 가방에 쥐약을 넣고 다녔다고 하는 그녀이지만 혹시라도 자기가 모르는 사이 남편이 먼저 나쁜 마음을 먹을까봐 퇴근길이면 남편에게 전화부터 건다고 한다. 언제고 간에 삶을 부질없이 포기해 버릴 것만 같은 그들의 지난 10년은 여차하면 이미 끝나버렸을 위태로운 생과 사의 갈림길이었다. 여전히 IMF라는 캄캄한 터널 한 가운데 머물러 헤어 나오지 못하는 조씨 부부. IMF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과연 그들만의 잘못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