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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8.01.12 (일)
○ 제 목 : 검은 재앙, 누가 책임질 것인가?  
      - 서해 기름 유출 사건, 그 후

○ 방송일시 : 2008년 1월12일(토) 밤 11시 5분 예정 
○ 연 출 : 이 동 협 / 작 가 : 신 진 주  
바다를 뒤덮은 검은 재앙

12월 7일 오전 7시 6분,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 소속의 해상 크레인이 정박 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충돌했다. 파손된 유조선에서 원유가 새어 나오기 시작해 총 1만 2000여 톤의 기름이 검게 바다를 뒤덮었고, 유출된 기름은 파도와 바람을 따라 흘러가서 하루가 지난 12월 8일부터 서해안 일대가 질퍽하고 두터운 기름 층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참 뒤인 12월 20일에야 태안 해경은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예인선단과 유조선 양측 모두 사고를 막기 위한 충분힌 조치를 하지 않아 충돌한 것으로 보이며 해양 오염 방지법 및 업무상 과실로 인한 선박 파손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것이라는 요지의 브리핑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나게 된 직접적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 ‘확인되어야 할 부분이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하였고, 경찰 수사가 종결되고 관련자들이 검찰로 송치된 뒤에도 정보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의 태도를 고수하며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앙 뒤에 남겨진 사람들

기름 유출의 직접 피해지역인 태안군 파도리에서 바지락 채취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박희만 씨는 원래 도시에 거주하다 지난 2006년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한 달 내내 바지락을 캐서 100만원 남짓의 소득을 올리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었지만 사고 이후에는 이런 일거리마저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기름 값을 아끼려 아직도 아궁이에 불을 땐다는 그의 가장 큰 걱정은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바다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검게 변해버린 바다가 당장 살아나지 않는 한, 두 아이와 아내를 위해 일용직 일자리라도 찾아 다시 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비단 박희만 씨 뿐만 아니라 태안 인근의 어민들은 맨손어업이나 무허가 양식에 종사해온 경우가 많기에 당장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막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소득이 끊겨 살길이 막막해진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잃어버린 바다를 되찾기 위해 수시로 밀려드는 기름을 닦아내고 걷어내는 것밖에 없다. 박희만 씨를 비롯한 태안 지역의 어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며 방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완전한 배상과 완전한 복구, 누구의 책임인가?
 
사고로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은 유조선의 선주가 가입한 보험사와 ‘국제유류오염보상(IOPC)기금’이 담당한다. 국제협약에 따른 배상 한도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과 방제 비용, 환경복구 비용을 모두 포함하여 300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고 피해 지역이 천혜의 자연 환경을 지닌 국내 유일의 해안 국립공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989년 알래스카 인근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호 사건 때 사고를 일으킨 유조선의 선주인 엑슨 사가 방제 및 환경복구 비용으로 지출한 비용만 해도 3조원에 달하며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배상금을 포함한 총 배상 규모는 5조원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제협약 상의 배상 한도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3000억 원이라는 배상 한도는 사고 원인이 가해 당사자의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에만 적용되며, 만약 중과실이 입증될 경우에는 책임한도의 제한이 해제되어 가해 당사자들에게 배상 한도를 넘는 ‘무한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단순한 선장의 과실 부분만이 아닌 가해 당사자인 삼성중공업과 유조선사의 중과실 여부에 대한 조사들이 철저히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고, 사고를 수습하기에도 급급한 어민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들은 한 발짝 물러나서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완전한 배상과 환경 생태계의 완전한 복구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