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8.01.26 (일)
○ 제 목 : 나도 엄마가 되고 싶다 - 미스(Miss) 엄마들의 도전
○ 방송일시 : 2008년 1월 26일 (토) 밤 10시 55분
○ 연 출 : 정 철 원 / 작 가 : 박 진 아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싶다.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방송인 허수경 씨. 얼마 전 건강한 딸을 출산하고 누구보다 행복한 엄마로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허수경 씨의 경우, 두 번의 불행했던 결혼 경험, 그리고 자연적인 임신이 불가능한 몸 상태였다는 사연 이 알려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공감과 격려를 보내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그러한 선택이 전통적인 가족개념을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만일 엄마의 선택으로, 아빠의 존재를 처음부터 차단한다면 아이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제작진을 만난 그녀는 한 사람의 여자로서 너무나 아이를 갖고 싶었고, 안 좋았던 결혼생활 때보다, 지금 훨씬 엄마로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지 아이가 풀어야할 숙제를 미리 준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고 살아가면서 슬기롭게 풀어나가겠다고 얘기했다.
한 여론조사에서 미혼여성의 18%가 ‘배우자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도 해봤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결혼이 여성에게 있어 행복이 아닌 굴레라면, 결혼이라는 전제조건 없이도 나만의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결혼이라는 과정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미스 엄마, 비혼모(非婚母)들. 그들에게 결혼은 무엇이고, 아이는 무엇일까?
아빠가 없는 것보다도, ‘아빠 없는 게 괜찮냐’는 시선 때문에 힘들다.
18개월 사내아이의 엄마인 최 모씨. 원래부터 너무 애를 좋아했고, 입버릇처럼 결혼안하고 애만 가지면 좋겠다고 얘기했다는 그녀는 실제로 남자들을 만나면서 더욱 결혼이라는 것이 구속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아기가 생겼고 결혼에 뜻이 없던 그녀는 미련 없이 남자와 헤어지고 아기를 낳아 혼자 키우고 있다. 매일 ‘엄마’소리를 듣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최 씨. 아이 때문에 삶의 목표가 생겼고 좀 더 열심히 살 수 있다고 했다.
제작진이 만난 미스 엄마(비혼모들)은, 자신들의 경험 속에서 결혼이 자신이나 또는 아이에게 결코 행복한 삶의 방식일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남녀가 서로 맞지 않는다면 불행할 것이 뻔한 결혼을 굳이 할 필요가 없고, 남자쪽에서 아이에 대한 관심도 없는데, 내가 아이를 너무나 사랑한다면 엄마 혼자서 키우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결혼을 안하고 애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가족들이나 주변에서 걱정과 우려가 많았지만, 아빠 없이 아이와 같이 있는 삶이 오히려 편하고 행복하다고 이들은 말했다. 부부 싸움하는 아빠-엄마,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빠들도 적지 않은데,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형식적으로 아빠-엄마가 있느냐는 것보다 잘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고, 적어도 자신들은 아이들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준비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이아빠가 없는 생활이 불편했다기보다 ‘왜 아빠가 없느냐’, ‘아빠가 없으면 아이가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막연한 시선이 불편했다는 것이다.
미스 엄마와 아이들이 풀어 나가는 숙제, 그 행복을 향한 방정식
제작진이 만난 미스 엄마(비혼모)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고, 또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위에도 떳떳이 자신의 상황을 알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아이가 자라면서 부딪치는 아빠라는 개념을, 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 또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엄마의 선택을 설명해야 할 지 각자의 상황에서 고민도 많다.
작년 말 우리사회의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취지의 ‘차별금지법’이 공표되었다. 그런데 차별을 금지하는 분류항목 중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이라는 항목이 처음에는 입법예고 되었다가 최종법안에서 탈락되었다. 엄마만 있는 가정, 아빠만 있는 가정 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인 차별을 받아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아직까지 ‘엄마, 아빠가 모두 있지 않은 가정은 문제가 있다’는 사회적 통념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비록 최선은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차선의 행복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미스 엄마들의 선택. 전통적 가부장적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