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8.12.20 (일)
제목 : 36년간의 투쟁 -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사건의 진실 방송 : 2008년 12월 20일(토) 밤 11:10 36년만의 무죄 판결, 그리고 끝나지 않은 법정공방 197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었 던 정원섭 씨(76, 당시 38세). 그는 당시에도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로부터 36년 뒤, 15년의 형을 살고 모범수로 출옥한 정 씨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 달라며 다시 법의 심판을 요구했고, 많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지난 2008년 11월 28일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정 씨는 왜 범인이 되었던 것일까? 그리고, 검찰의 항소로 아직 진실 공방은 끝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왜 36년이 지난 지금 무죄판결을 내린 것일까? 시한부 검거령, 그리고 고문과 조작 의혹 72년 10월 유신 직전, 당시 ‘전국 4대 강력사건’ 규정되어 내무부 장관이 ‘범인 시한부 검거령’까지 내렸던 사건. 그 시한부 검거령 하루 전에 잡힌 정 씨를 범인으로 만든 결정적인 증거는 검사 앞에서의 자백과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이었다. 그러나 30여년 전 재판 당시에도 목격자들의 증언 번복과 경찰의 고문, 협박여부, 피의자의 알리바이 등이 논란이 되었고, 이에 대해선 지난 2001년 [그것이 알고 싶다 - 아들아, 너는 살인범의 자식이 아니다 편]에서 방영한 바 있다. 당시 취재에서 정 씨의 범행을 증명했던 사건 당시 핵심 증언자들은 경찰의 강압에 의해 억지 진술을 했다고 제작진에게 털어 놓았다. 그리고 7년 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새로운 단서들이 발견됐다. 5000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 관련 기록, 그리고 경찰의 가혹행위와 사건조작에 대해 새롭게 드러난 관련자들의 증언은 당시 정 씨를 범인으로 규정했던 공소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아직 최종적인 법적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정 씨의 사건은 지난 진실과 화해위원회에서 한 번 ‘진상규명’된 바 있다. 얼핏 보면 정 씨의 사건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굵직한’ 시국사건, 공안사건들과는 다른, 한 시민의 ‘평범한 형사사건’처럼 보이지만, 인권을 중시하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읽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말했다. 지난 36년간 강간살인범으로 살아왔던 정 씨. 체포당시 만삭이었던 아내와 그 가족들은 가장의 불명예스러운 멍에를 나눠지고 비참한 생활을 보내왔다. 지난 1심에서 받은 무죄판결문을 들고 얼마 전 춘천 선산을 참배했던 정 씨의 마지막 소원은 다시 명예롭게 고향에 돌아와 살고 싶은 것 뿐이다. 그의 마지막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