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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9.03.21 (일)
제목 : 명약인가, 마약인가? - 수면마취제의 두 얼굴 (가제)
방송 : 09. 3. 21(토) 밤 11시 15분

이상한 주사
 강남에 사는 김호경(가명)씨는 제작진에게 자신의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해왔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성형수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사를 맞고 싶어서 자꾸만 성형외과에 간다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이상한 주사를 맞으러 강남의 병원을 돌아다닌 지도 벌써 2~3년이 되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주사에 빠져있는 것을 막을 수 없어 걱정이라는 김씨는, 이 주사약은 병원을 많이 이용하는 VIP고객을 비롯해 몇몇 연예인들, 그리고 이 약을 경험해본 일반 환자들 사이에서 쉬쉬하며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의 일부 성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에서 전혀 부작용도 없고 피로회복 및 피부미용에 좋다며 주사를 놓고 있다는 데, 과연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또한 이 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말할 수 없는 비밀
 제작진의 확인 결과, 이 약은 특별한 약이 아닌 수면마취제 중의 하나인 ‘프로포폴’이었다. 사실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에 대한 이야기는 의료의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해 1월, 광주의 한 외과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김수연(가명)씨는 병원에 있던 수면마취제를 60여 차례나 빼돌려 사용해오다 적발되어 불구속 입건되었고, 2005년 서울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 원장은 경영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때문에 수면마취제를 사용하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무슨 이유로 ‘프로포폴’에 집착했던 것일까? 내시경 검사나 간단한 수술에 수면마취가 널리 사용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이제 일반인들까지 이 약을 ‘포폴’, ‘하얀약’이라 부르며 원하고 있다. ‘프로포폴’은 도대체 어떤 약이기에 그것을 상습적으로 맞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그 주사를 놓아주고 있는 것일까? 

수면마취제에 대한 의혹들 
 서울에 사는 김창익(가명)씨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수백번이 넘게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수면마취제 주사에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는 김씨는, 수면내시경의 유혹을 참기 어려워 검사 비용 마련을 위해 절도까지 벌였다고 한다. 울산에 사는 오지민(가명)씨는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친구들과 병원을 찾았다가 수십 차례 주사를 맞았는데 그 약이 수면마취제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 오씨의 친구 중에는 너무나 주사를 자주 맞아 혈관염에 걸린 경우까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시술을 한 병원 의사는 수면마취제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중독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국립부곡정신병원 조성남 원장은 수면마취제가 마약과 같은 성질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수면마취제에 대해서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찰대에 다니던 윤홍장씨는 지난해 1월 강남의 한 치과 병원에서 턱관절 수술을 받다가 숨졌다. 윤씨의 형인 홍두씨는 갑작스런 동생의 사망 원인을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홍장씨가 턱관절 수술은 받지도 못하고 마취를 하자마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사고는 꾸준하다. 이런 이유로 이미 지난 2003년 국과수에서는 프로포폴에 대한 위험성을 제기한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말 ‘프로포폴’과 의료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것일까? 

수면마취제의 두 얼굴 
 일반 병원들은 간단한 시술시 환자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의료 소비자는 전신마취에 비해 수면마취가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수면마취 시술은 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수면마취제는 환자에 맞게 적당량을 사용하면 전신마취에 비해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다고 주장한다. 또한 ‘프로포폴’은 제대로만 사용하면 지금까지 발명된 수면마취제 중 비교적 안전하고, 그런 이유에서 세계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라 설명한다. 이와 반대로 또 다른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은 부작용 발생시 해독제가 없기 때문에 죽음의 마취제라 지적한다. 덧붙여 프로포폴은 현행법상 향정신성의약품 품목에는 빠져 있어 관리가 소홀하기 때문에 오용과 남용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무엇이 수면마취제의 진실일까? 또한, 지금 수면위로 노출된 수면마취제의 위험은 환자들이 조심해야하는 개인적인 문제일까 아니면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관계부처의 관심 부족과 의료계의 침묵, 그 결과 발생한 허술한 관리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오남용 되고 있는 수면마취제의 현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