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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9.06.27 (일)
충무공 이순신 종가(宗家)의 비극
방송 : 2009년 6월 27일(토) 밤 11:20

세상을 놀라게 한 물건번호 ‘2008 타경 14403’
 지난 3월 30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경매 2계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경매물건이 나왔다. 물건은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에 위치한 7개의 토지 약 10만㎡로 감정가는 약 20억 원 정도이다. 세상이 주목한 이유는, 이 경매대상 토지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어린 시절부터 무과에 급제할 때 까지 살았던 고택과 이 충무공의 셋째아들로 임진왜란 때 전사한 ‘이 면’의 묘 등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적 제155호로 지정된 국가 문화재 현충사 경내에 있는 땅이 법원경매에 나온 것이다. 충무공과 관련된 사건은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현충사에 전시돼 있는 유물을 포함해 종갓집이 소유하고 있던 미공개 유물들이 암시장에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 국민이 존경하고 추앙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와 유물이 이렇듯  충격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100번지’의 주인은?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100번지에 위치한 현충사는 1967년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1976년 고 박정희 대통령의 현충사 성역화 사업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국가가 관리하게 되었다. 현충사 관계자에 따르면 경매대상이 된 토지는 분명 현충사 관리면적에 포함되어 있으나 그에 대한 소유권은 현충사에 없다고 밝혔다. 현충사는 국가 관리인데, 어떤 이유로 현충사 안에 있는 충무공의 옛집터와 선산은 국가 소유가 아니라는 것일까? 
 실제로 토지의 소유자는 올해 54세의 최씨다. 그녀는 이 충무공의 15대 종손인 이재국씨의 부인으로 이 충무공 가문의 종부(宗婦)다. 지난 4월 지방 일간지에 최종부가 자신에게 유물을 판매하려 했다고 주장하는 사업가 전모씨의 기사가 실리면서, 종부는 유물 판매 소문에 한 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일은 현재 종부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충무공 가문 15대 종부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충무공 가문의 종부가 된 여인
 충무공 가문의 15대 종손인 이재국씨는 대학 시절 정신질환을 앓게 되어 이후 요양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그는 늦은 나이에 한참 어린 최씨를 만났고, 몇 년을 알고 지내다 지난 89년 결혼했다. 그가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나자 종가의 재산은 모두 부인 최씨의 소유가 되었다. 결국, 법원경매에 현충사 경내 유적지가 나온 사건은 토지 소유권자인 종부 최씨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한 일이었다. 그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유 또한 채권자 중의 한 사람이 그녀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구속되기 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충무공기념사업회’를 만들기 위해 재단 설립자금을 마련하던 중 발생한 일이라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유물을 팔려고 한 사실도 없으며, 사기 혐의로 조사 받을 만큼 잘못한 일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동안 충무공가의 종부로 살아온 최씨의 진실은 무엇일까? 

종부와 종친회의 갈등
 덕수 이씨 충무공파의 종친회는 종부의 사생활을 의심하고 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함께 구속된 그 남자를 만나 종부가 변했다는 것이다. 물려받은 유산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꼬임에 빠져 사업을 핑계로 재산을 흥청망청 써버렸다는 주장이다. 종친회는 충무공의 이름을 욕되게 했다며 최씨의 종부 자격까지 박탈한 상태다. 반면, 종부를 아는 몇몇 지인들은 종부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종부의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는 김종순(가명)씨는 최종부가 서씨와 오랫동안 사업을 같이 했지만 그와는 그저 동업자일 뿐이라고 증언했다. 사업관계로 종부를 만났던 이종수(가명)씨는 최종부가 운이 좋지 않아서 사업이 실패한 것뿐이고, 이번의 사기 혐의도 잘 알지 못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누명을 쓴 것이라며 그녀를 걱정했다.
 종갓집을 바로 세우고 ‘충무공기념사업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종부 최씨, 그러나 종부가 그 동안 보여준 행동이 상식적이지 않다며 최씨를 의심하는 종친회. 둘 사이의 불신은 높기만 하다. 서로 입장이 다른 종부와 종친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말 그대로 ‘유허(遺墟)-오랜 세월 쓸쓸하게 남아있는 옛터-’가 되어가는 문화재들
충무공가의 안타까운 사연은 결국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의 사정에 따라 우리의 정신과 역사를 담고 소중한 문화재가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고택부지처럼 개인들의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의미 있는 문화재가 경매물건으로 전락하는 일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개인 소유 문화재의 수는 적지 않다. 국보만 예를 들더라도,  국보로 지정된 309개 문화재 중 27%에 해당하는 86개의 국보가 개인 소유이며 사유재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는 수리하는 등 형태를 바꾸려면 문화재청의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매매 자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규제 장치는 없다. 그러다보니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몇몇 고택 같은 문화재들은 개인의 손에서 손으로 매매 되면서 그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문화재청 엄승용 국장은 그렇다고 개인 소유의 모든 문화재를 국가가 매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발생한 개인 소유의 문화재를 더 안전하게 보존하고 관리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경매라는 충격적인 현실을 맞이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허(遺墟)’는 문자 그대로 쓸쓸하게 남아있는 옛터로 ‘무관심’ 속에 존재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장소로서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여기는 ‘애정’ 속에 존재할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충무공 고택부지가 법원 경매까지 나온 사건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 취재하고, 개인의 사정과 사회의 무관심이 맞물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개인 소유 문화재를 더 현명하게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연출 : 한재신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