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9.07.04 (일)
악마의 속삭임 - 초등생 공기총 살해사건의 진실 방송 : 2009년 7월 4일(토) 밤 11시 20분 “차라리 애를 그냥 버려둘 것을... ” 지난 6월 10일, 길을 건너던 초등생이 자신이 운전하던 차에 부딪치자, 아이를 차에 태운 후 공기총 6발을 쏴서 살해한 혐의로 이 모씨(48세)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사고 당시 음주, 무면허 상태였던 이 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그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피해 어린이의 상태가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경상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사고 직후 이 씨가 바로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피해 어린이와 함께 인근 병원을 들렀다는 점 때문에 그 이후에 왜 그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 씨는 ‘차라리 처음에 애를 그냥 놔두고 갈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고 한다 아이를 치료하려 병원에 들렀던 그가 왜 다시 살인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사고 직 후, 병원, 그리고 살인 현장까지 2시간 남짓 한 짧은 시간 동안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작은 잘못을 큰 범죄로 막는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 무면허 운전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다는 진술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살인범죄보다 음주, 무면허 처벌이 더 두려웠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고 후 그의 행동을 보면, 생각이 극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 이면에 어떤 일관된 심리가 느껴진다고 한다. ‘이 순간을 모면하자’는 생각이다. 병원에 데려간 것도 상식적인 차원의 선의(善意)라기 보다는 ‘여러 목격자가 있으니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자’는 차원에서 아이를 차에 태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는 부모에게 연락하지도 않았고, 병원에서도 정상적인 등록절차나 사고 경위를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MRI를 찍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지금은 안된다고 하니 바로 나갔다. MRI를 찍어서 아이가 그리 크게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그것이 좌절되자 다시 더 큰 숙제를 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숙제에 대한 스트레스를 그는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했다. 작은 잘못을 지우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가장 비합리적인 선택. 그는 왜 이런 수렁에 빠졌을까? 악마의 속삭임, 비극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뺑소니 사고의 30% 이상이 음주 운전자에 의해서 저질러진다고 한다. 음주운전이 단순히 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무거운 범죄로 이어지는 중요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자들은 상습적인 경우가 많고 이미 알콜중독일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음주 후 정상적인 판단을 잘 하지 못하고 과도한 폭력성을 드러낼 정도로 뇌 손상을 입었을 수도 있다. 평상시에는 주변에 대한 배려도 잘하는 사람이 멀쩡한 사람이 음주운전 후 뺑소니를 해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차를 가지고 마중나온 가족을 뿌리치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어서 사망하는 등, 음주운전 후 발생된 사고들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으로 결말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인간 자체가 곧잘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불확실한 존재라는 관점에서 보면, 알코올이 그런 비합리적인 측면을 극대화시켰다고 보기도 한다. 피의자 이 씨는 이미 여러 번의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은 경력이 있고 사고 당시에도 많은 술을 마셨다. 취소된 면허를 따기 위해 여러 번 재시험을 쳤지만 계속 떨어졌고, 집안에는 교통사고피해자로 고생하는 가족이 있고... 생계를 위해 계속 무면허로 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계속 술을 마셨고 운전했을 것이라고 범죄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리고 사고가 나자 그는 극도로 좁아진 사고체계 속에서(tunnel vision), 자신의 순간의 곤란함을 벗어나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누군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들렀던 병원에서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가 차 안에다가 총기를 놔두는 잠재적 폭력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등등 이번 사건에서는 많은 가정법이 있을 수 있지만, 음주 운전 자체를 막는 것이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에서는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광주 초등생 공기총 살해사건의 이면을 추적해보고 작은 범죄가 큰 범죄를 유발하는 메카니즘을 분석해, 그와 같은 끔찍한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알아본다. 연출 : 정철원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