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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9.08.22 (일)
키를 키워 드립니다?
- 키 크기 전쟁
방송 : 2009년 8월22일(토) 밤 11시 10분

재산보다는 키를 물려주고 싶다
서울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종휘의 키는 178cm 다. 아버지, 어머니, 두 누나들의 키가 모두 150cm 대인 이 집에서 종휘만 쑥쑥 자라 훤칠한 아들이 되었다. 한편 경기도에 사는 같은 나이의 주희(가명)는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145cm에서 자라질 않고 있다. 주희 아버지는 170cm이고, 언니도 165cm인데 주희만 키가 더 자라지 않아 걱정이 많다.
유전의 법칙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종휘와 주희의 키. 이들의 차이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방학을 맞아 각종 성장클리닉에 어머니들의 발길이 몰린다. 다른 집 아이들은 부쩍부쩍 커가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는 이대로 좋을지... 공부는 나중에라도 따라잡을 수 있지만 키는 시기를 놓치면 키울 수 없다는데... 
부모의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걱정이고, 부모님의 키가 커도 혹시 다른 문제 때문에라도 애가 더 크진 않을지 걱정이다. 키는 아이들이 알아서 크는 게 아니라 엄마의 책임이라고 노골적으로 겁을 주는 책도 있다. 

외모 중심사회라는 우리나라에서, 공부 못지않게 키가 우리 아이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은 사교육 하듯 키 키우는 방법에 몰입한다.
키는 과연 ‘크는’ 게 아 니라 ‘키우는’ 것일까? 
1cm라도 더 키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엄마들은 단연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재산보다는 키를 물려주고 싶다”


10cm의 유혹, 키 크는 묘약은 있는가?
키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난다. 키를 크게하는 것은 80%가 유전이라는 주장부터, 유전적 요인은 23%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후천적 요인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키에 좋은 음식, 키에 좋은 운동, 키에 좋은 약, 성장탕, 성장호르몬.... 등등 키를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각종 광고들을 보는 엄마들의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과연 어떤 것이 효과가 있을까? 유명하다는 성장클리닉에서 제공하는 운동, 약 프로그램은 보통 한 달에 몇 십 만원부터 많게는 몇 백 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비용을 요구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혹시 부작용은 없을지 불안 불안하다.
그야말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는 각종 성장 클리닉 산업, 넘쳐나는 정보들의 허와 실을 점검해 본다.  


키 크기 전쟁, 그리고 전쟁 속의 아이들
일 4-5종류의 키 크는 약을 먹고 있는 수연이(가명)은 또래보다 키가 너무 작아 걱정이 많다. 아이들이 놀릴까봐 스트레스가 심해서 매 학기 초마다 위염 약을 먹고 위내시경 검사도 받았다. 하지만 키 말고는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해서 학급에서는 반장이고 나중에는 따르는 친구들도 많다. 자기도 키 때문에 걱정이지만, 자기 때문에 옆에서 더 걱정하는 엄마를 보면 더 걱정이 된다. 키가 정말 그렇게까지 중요한 걸까? 그리고 우리 집은 돈도 많이 없는데,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야만 키가 커지는 걸까? 

키가 167cm 였던 재호(남, 가명)씨는 1년전 일명 ‘키 크는 수술’인 사지연장술을 받았다.  종아리 뼈를 잘라서 지지대를 꽂고 날마다 1mm씩을 태엽을 감듯, 잘라진 뼈 사이를 벌려서 키를 늘린다는 수술이다. ‘남자가 170은 넘어야 남자’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그는 수술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래도 키가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삼으며 버텼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부작용이 없어서 이제는 171이 되었다는 재호씨. 하지만 때때로 밖에서 볼 때 별 티도 안 나는 4cm 때문에 내가 왜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며 고통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씁쓸한 생각도 든다.  150이든 160이든 키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친구가 가장 부럽다고 재호 씨는 말한다.

일명 ‘공포 마케팅’이라 불리는 키 성장 비즈니스. 그리고 ‘좋은 방법’을 못 써서 아이가 작은 건 아닐까 불안해하는 엄마들. 10cm를 키워준다는 매혹적인 광고들에 눈이 쏠린 사이, 정작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에서는 ‘키 키우기’에 몰입하고 있는 세태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단지 ‘키 크는’ 것을 넘어 ‘건강한 성장’을 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 


연출 : 정 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