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2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9.12.19 (일)
『이태원 살인사건』12년의 추적 - 누가 진실을 두려워하는가? 방송 : 2009년 12월19일(토) 밤 11시 20분 1997년 9월 20일, 서울지방법원 319호 법정 재판관은 피고인석에 앉은 두 명의 10대 피고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앉아있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범인인 것은 맞습니까?” 알렉스(가명) : 네 피어슨(가명) : 네 “알렉스에게 묻겠습니다. 조중필씨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알렉스 : 제 옆에 앉아있는 피어슨입니다. “피어슨에게 묻겠습니다. 조중필씨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피어슨 : 제 옆에 앉아있는 알렉스입니다. ‘최소한’ 둘 중 한명은 살인범이 분명한 어쩌면 너무나도 명쾌한 사건. 그러나 둘 중 어느 누구도 살인에 대한 죗값을 치르지 않은 이상한 사건. 바로“재미로 사람을 죽였다”는 용의자들의 진술로 우리들에게 더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던 이다. 그러나, 12년이 지나도록 살인범에 대한 법의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은 미궁에 빠져버린 것일까? 2009년, 故 조중필씨 집 잔인하게 살해된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앞으로 한 통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검찰에서 피어슨(가명)에 대해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이었다. 사유는 피어슨의 소재를 파악할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어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지 11년, 피어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받아든 통지서라고 했다. 알렉스(가명)는 무죄로 석방되었고 피어슨의 행방은 모른다고 한다. 누가 아들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어머니는 절망적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둘 중 하나 알렉스의 무죄! 1997년 4월 3일, 당시 학생이던 조중필씨는 이태원을 지나던 중 잠시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한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햄버거 가게 남자 화장실 바닥에서 9군데나 예리한 칼로 찔려 피를 흘린 채 발견된다. 아무 죄 없는 한 대학생의 생명을 앗아간 범인은 누구일까? 살인 용의자의 윤곽은 뜻밖에도 사건 바로 다음날, CID(미 육군 범죄수사대) 측에 걸려온 전화제보를 통해 밝혀지게 된다. 조씨를 따라 화장실에 들어간 두 남자, 재미교포 알렉스와 미군 관계자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피어슨이 있었다는 것. 피어슨이 사건 당일, 피를 뒤집어쓴 채로 친구들에게 와서 “내가 사람을 찔렀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제보를 받은 CID는 경찰과 함께 용의자 피어슨을 체포하고, 그가 버린 범죄에 사용된 칼과 피묻은 옷가지를 수거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함께 있던 알렉스의 신병도 확보했다. 알렉스와 피어슨은 사건 당시 죽은 조중필씨와 함께 화장실에 있었고, 둘 중 한명이 조중필씨를 살해한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범인은 다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찰이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한 알렉스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 20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결국 1999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확정판결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유는 증거 불충분. 알렉스가 조중필씨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 중 하나 피어슨은 미국으로! 그렇다면 피어슨이 다시 유력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상황. 알렉스에 대한 파기환송심(고등법원) 원심에서 무죄선고가 내려지자 가족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98년 11월 가족들은 검찰에 피어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검찰은 피어슨에게 를 해 놓은 상태이며 다시 피어슨을 살인혐의로 기소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족들의 고소장이 접수된 지 1년 후, 가족들이 접한 소식은 수사 진행상황이 아니라 피어슨이 미국으로 출국해버려서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담당 검사가 연장 신청을 늦게 하는 바람에 이틀간의 공백이 생겨버렸고, 피어슨은 이 틈에 유유히 미국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검찰의 출국금지 대상이었던 피어슨, 그는 어떻게 단 이틀의 틈을 알고 한국 땅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일까? 12년... 검찰은 무엇을 했으며 피어슨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유가족들은 알렉스가 무죄로 풀려난 직후, 검찰이 피어슨의 살인 혐의에 대한 적극적인 재수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피어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조차 제때 연장하지 않아 피어슨이 대한민국을 유유히 빠져나가도록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어슨이 미국으로 간 후, 가족들이 검찰에 수사 상황을 물어볼 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소재 불명으로 인한 수사불가”라는 것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가족들은 직접 사설탐정을 고용해 피어슨의 소재를 파악, 검찰에 알려주기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한미 양국간에 와 이 체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에 대한 조사나 소환이 10년째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어슨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흔적 없이 숨어 살고 있는 것일까? 에서는 일명 "이태원 살인사건"의 살인범이 아직까지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이유를 밝혀보고자 한다. 상식적으로는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해 보이는 이 사건이 법의 시각에선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로 12년 동안 남아있을까?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12년 동안 이 사건이 법의 세계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추적해보고, “소재불명”의 피어슨은 정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것인지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추적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 조중필씨 가족의 한을 풀어줄 방법이 없는지 그 해법을 함께 찾아보고, 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진정 두려워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찾아보고자 한다. 연출 : 김지은PD / 작가 : 신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