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11.02.26 (일)
케냐 현지 르포 “ 소말리아 해적 , 나는 왜 금미호를 납치했나? ” ▣ 방송일시 : 2011년 2월 26일(토) 밤 11시 00분 ▣ 연출 : 정준기 / 글,구성 : 송현숙 “금미호 석방 소식 이후 최초로 금미호 선장을 인터뷰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 팀, 해적 소굴로 들어가 금미호를 납치했던 해적을 단독으로 만나다” # 124일 만에 돌아온 금미 305호, 아무 조건 없는 석방이었나? 2월 15일 오전 8시, 한 척의 낡은 배가 케냐 몸바사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의 이름은 금미 305호. 지난해 9월 5일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다 124일 만에 풀려난 한국 국적의 원양어선이었다. 한국인 선장과 기관사, 중국동포 선원 2명과 케냐인 선원 39명 등 총 43명이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무사히 귀환했다. 그들은 약간은 초췌해 보였지만 모두 건강했고, 4개월 동안의 악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모두 한껏 들떠 있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인 선장, 금미 305호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던 선박 회사 사장 등 사건의 관계자들은 비록 4개월이나 소말리아에 억류되어 있었지만 해적들에게 한 푼의 협상금도 주지 않고 풀려난데 대해 기적 같은 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누가 금미호를 납치했을까? 소말리아 해적들은 오로지 돈을 얻어내기 위해 외국 선박을 납치한다. 협상금을 받아내지 못하면 선박을 풀어주는 경우는 결코 없다. 선장과 선박회사 사장, 우리 정부의 말대로 금미호가 아무 조건이나 대가 없이 풀려났다면, 금미호를 억류했던 해적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해적들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한 것이다. 왜 이들은 한 푼도 받지 않고 배를 풀어주었을까? 또 거대상선도 아닌 게잡이 어선 금미호를 왜 노렸을까? 그리고 이들이 금미호를 납치해 얻어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국내 최초로 금미호를 납치, 억류한 해적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 해적을 만나러 케냐 현지의 해적 소굴로 들어가다 해적들이 번 돈, 일명 Piracy Money는 세계 각지의 소말리아인 네트워크를 통해 일반적인 사업자금으로 위장된 채 뻗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이 돈이 가장 위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소말리아인 집단거주지, ‘이스트레이’이다. 너무 위험해 케냐 경찰력도 미치지 않는 곳, 동양인이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소말리아 해적이 장악한 곳이라고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팀은 직접 [이스트레이]를 찾아가 해적의 돈을 관리해주고 인질 협상에 참여하는 브로커를 만나는데 성공했다. 이 브로커를 통해 취재진을 만나주겠다던 해적을 찾아냈지만 그들을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일주일 간 기다린 끝에 약속이 잡혔지만 그들은 신변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계속 약속 장소를 바꾸었고, 마침내 이스트레이의 후미진 골목에서 금미호 납치와 연관되어 있다는 해적 2명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해적들과의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발언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알려진 금미호 관련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그들은 금미호를 풀어준 대가를 분명히 받았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액수까지도 언급하고 있었다. 게다가, 외국 선박을 무분별하게 납치하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 “우리는 왜 금미호를 노렸는가?” - 해적들의 외침 해적들은 자신들을 해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정의라고 항변한다. 자신들은 도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말리아 해안을 외국 선박의 침략으로부터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외국 선박이 소말리아 해안에서 무분별하게 어업행위를 하고, 각종 폐기물을 무단으로 버리는 등의 행위가 해적질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금미호든 다른 어떤 선박이든, 외국 선박을 보면 무조건 공격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덴만 작전으로 해적들이 겁을 먹고 풀어줬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추측과 달리 해적들은 아덴만 작전은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가 아무리 군사 작전을 벌여 자신들을 압박해도, 해적질을 절대로 멈추지 않고 오히려 강도를 훨씬 높이겠다고 주장한다. # 소말리아 해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몸값을 주는 것도 군사작전을 벌여 해적 일부를 소탕하는 것도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쿠데타가 있었던 1991년 이후 거의 20년간을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이 지내는 소말리아. 난민이 속출하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으로 하루 1달러도 못 버는 사람들이 죽지못해 살아가는 곳. 그러나 소말리아의 이런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국제적 노력은 하나도 없고,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은 총을 들고 해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적의 역사가 없었던 소말리아에 왜 해적이 생겼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만난 해적의 마지막 한 마디는 해적 소굴을 빠져나오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 반기문이 너희 나라 사람이지? 한국 사람이지? 그런데 그는 유엔에서 왜 소말리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지? 사람들이 이유 없이 굶어죽고, 아파죽는데 그들은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