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4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11.03.26 (일)
당신은 나를 기억하나요 - 아동범죄, 그 후 ▣ 방송일시 : 2011년 3월 19일 (토) 밤 11시 ▣ 연출 : 김원태 작가 : 박윤미 “ 90년대 우리를 가슴 아프게 했던 아동범죄의 피해 아동들, 사건 후 부모 품으로 돌아갔던 그들은 지난 20년간 안녕했을까? ” # 1998년 마산 어린이 손가락 절단사건 1998년 9월, 3명의 복면강도가 아이와 아버지를 묶고, 돈20만원과 아이의 손가락을 잘라간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3인조 복면강도는 아이의 손가락을 가위로 오려가듯이 잘라버린 것. 이 잔혹한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했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하루빨리 범인을 잡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범인이 잡혔을 때 전국은 또 한 번 경악해야만 했다. 범인은 바로 아이의 아버지였던 것. IMF로 살기 어려워진 아버지가 보험금 1,000만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엄청난 성금이 모이게 되었고, 아이의 아버지는 정신 병력과 아이를 키울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아 3개월 만에 풀려나왔다. 그리고 피해자인 아이와 가해자인 아버지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아이가 사라졌다” 지난 2월 말 그것이 알고 싶다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왔다. 아버지와 같이 살던 아이가 사라졌다는 것. 우리를 만난 아이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아이가 그때의 충격으로 정신병이 생겨 지금까지 약을 먹고 있었는데, 충동적으로 집을 나가 약이 떨어질 때만 들어온다는 것. 그러면서 아버지는 아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우리에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과연 사라진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 13년 만에 밝혀진 진실 그런데 아이를 찾아 나선 취재진이 들은 이야기는 아버지의 말과 달랐다. 13년 동안 정신병 치료를 받았다는 아버지의 말과 달리 아이를 치료했던 의사는 아이를 직접 진료한 것은 단 한 번 뿐, 나머지는 아버지가 와서 약만 받아갔다는 것이다. 아이가 살던 동네 주민들의 증언도 아이는 정상이고 학교도 잘 다녔다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잊고 지낸 13년 동안 이 아이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렵게 찾은 아이. 올해 23살 청년이 된 아이는 우리에게 힘겹게 진실을 털어놓았다.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부터 아빠가 약을 타올 때마다 저는 애초부터 약을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는 아이... 아이는 왜 13년 동안 정신병자로 살아온 것일까? # 끝나지 않았던 비극, 아무도 아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4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아버지는 아이 앞으로 들어온 성금과 후원금을 탕진했다. 별다른 직업을 갖지 않은 아버지는 아이를 정신병자로 만들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게 했다. 그렇게 들어온 보조금은 고스란히 아버지가 써버리고 있었던 것. 13년 전 아버지 말에 순순히 손가락을 내놨던 아이는 또 다시 아버지의 요구에 못 이겨 정신병자로 살아온 것이다. 13년 전 법원은 “ 아이가 아빠 품에서 자라는 것이 아빠를 처벌하는 것보다 훨씬 아이를 위하는 길 ”이라며 아이를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 아버지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아무도 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13년 동안 아이는 아버지 품에서 절망적인 삶을 이어온 것이다. #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 아동학대나 아동상대 범죄의 경우 친족의 요청이나 검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 친권을 제한하고 박탈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 품에서 커야한다는 관념이 강한 사회에서 실제 친권 박탈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과연 부모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길인지, 분리를 하는 것이 최선인지 사고 당시의 상황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지난 1991년 서커스단에서 온갖 학대를 받아오다 탈출한 서커스 소녀 심주희 양을 기억하는가? 5살 때 서커스단에 팔려가 7년간 온갖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던 아이. 주희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엄마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1995년 마침내 주희는 엄마를 만났고, 전 국민은 모녀상봉 장면을 TV로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기뻐했다. 그런데, 주희 역시 [마산 손가락 절단 사건]의 주인공 아이와 같은 운명을 겪었다고 한다. 다시 주희를 찾은 엄마는 주희에게 폭력을 휘둘렸고, 주희 앞으로 나온 성금과 보상금 등을 독차지해 버렸다. 결국 폭력을 참지 못한 주희는 집을 나왔고 지금은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아무도 모르게 숨어 지내고 있다. # 비극은 진행형이다 앞의 두 사건은 과거형이고 친권 박탈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으니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성폭행 등의 범죄는 늘어나고 있고, 그 아이들은 단지 아이가 원한다는 이유로, 다른 보호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친권 박탈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학대하고 성폭행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부모 품으로 돌아간 피해 아동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