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9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11.04.30 (일)
화장실의 삼남매 ▣ 방송일시 : 2011년 4월 30일(토) 밤 11시00분 ▣ 연출 : 김태현 (2113-3769) 글, 구성 : 박윤미 “ 공원 화장실에서 노숙하는 아빠와 삼남매, 그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 # 한 통의 전화 “ 아이들이 위험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한 밤 공원 화장실에 아이들이 살고 있는데, 부모가 방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 제보자가 알려준 서울의 한 공원 화장실에 갔을 때 정말 그 곳에는 삼남매로 보이는 아이 세 명이 살고 있었다. 새벽 3시, 아이들은 잠도 자지 않고 라이터와 휴지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변기를 식탁 삼아 컵라면을 먹기도 하고 심야 식당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잠을 쫓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아이들 곁에는 아버지로 보이는 한 남자도 있었지만 그는 아이들에게는 관심도 없는 듯 연신 담배만 키우며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과연 이들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 아버지는 수십억대의 자산가이다 며칠간 우리가 그들을 지켜보며 이상했던 점은 아동학대나 방임을 우려했던 주변 사람들과의 말과 달리 아버지도 아이들도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하루 일과가 특이했다. 밤새 화장실에서 한 잠도 안 자던 아이들은 아침이 되자 천안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그 안에서 죽은 듯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자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천안의 한 대형 마트. 시식코너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은 여느 노숙자와 다름없었다. 그런데, 아이들 아버지는 가전제품코너에서 수천만 원어치의 제품 계약을 하는가 하면, 여행사에서는 고가의 유럽여행을 예약하고, 인근 부동산에 들러서 10억 원 가까이 되는 고급 아파트를 계약하기도 했다. 화장실에서 사는 사람치고는 깔끔한 행색에 자신이 수십억 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인데 천안으로 이사오려고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계약서를 작성해 주었다. 과연 이 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 망상 그리고 투명 인간 아버지가 아이들을 아무리 잘 보살피고 있다고 해도 학교에 다닐 아이들을 학교도 안 보내고화장실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은 직접적 학대와는 다른 유형의 아동 학대이다. 우리는 아버지를 만나 설득하기로 했다. 취재진을 만난 아버지는 의외로 순순히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사업을 하다가 잠시 일이 안되어 이러고 있을 뿐 곧 은행에서 돈이 풀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도 이런 아버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고, 곧 큰 집에서 살게 되리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초등학교에 다녀야 할 아이들은 입학조차 하지 않았고, 8살 막내는 출생 신고조차 안된 상태였다. 또래의 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교육조차 못 받은채 화장실에서 자기들만의 삶을 살고 있던 것. 명백한 방임이었다. 아이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것은 6년 전인 지난 2005년. 하지만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6년의 세월을 곧 수십억 원 돈이 은행에서 나온다는 망상 속에서 살아온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학교도 못 다니고, 출생신고도 안 되고, 주민등록도 말소된 투명인간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망상 때문에 6년을 투명 인간으로 살아온 세 아이들. 6년의 세월을 이렇게 지내온 아이들에게는 정신적, 심리적 상처가 남지 않았을까? 이 가족이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