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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12.11.24 (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어느 시골 마을의 경고
       
▣ 방송 일자 : 2012. 11. 24 (토) 밤 11:05





# 어느 시골 마을에 닥친 재앙

지난 11월 1일, 경상북도 의성군. 장에 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강氏(가명) 부부는 마주오던 차량을 피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남편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아내의 상태는 심각했다. 곧바로 119 구급차가 도착했고 응급실로 출발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구급차는 5분 거리의 동네 응급실을 놔두고 30km나 떨어진 이웃 도시로 향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30분이 넘는 시간을 길에 버린 것이다. 결국 강氏(가명) 부인은 병원 도착 직후 사망했다. 문제는 이 사고가 있기 보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트럭에 치인 마을 주민 한 명이 역시 30km나 떨어진 이웃 도시로 이송되다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동네 병원에서 응급 처치만 했어도 살 수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왜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 걸까. 마을 사람들은 의성군내에 위치한 세 곳의 병원을 지목했다. 이들 병원이 최근 응급실을 폐쇄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확인해 본 결과, 지난 해 병원 한 곳이 응급실 문을 닫은 이후 남은 두 곳도 24시간 운영하던 응급실을 올 10월부터 평일, 주간에만 개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8개의 읍, 면으로 구성된 의성군 전체에 야간이나 주말에 이용할 응급실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마을은 불안에 휩싸였다.  


# 24시간 동행 취재 - 응급 의료 사각 지대

제작진은 의성군 관내 119 구급대, 이웃 도시의 병원 등의 협조를 얻어 응급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왕복 60km가 넘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아찔한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의 상태는 물론이고 1시간이 넘는 이송 과정에서 또 다른 구조 신고가 들어오면 구급대가 제때 현장에 출동할 수 없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밤에 아프면 다 죽으란 소리죠”
“건강보험료 한 번도 안 빼먹고 다 냈어요. 그런데 왜 응급실도 못 가는 겁니까?”
“시골 사람 목숨은 도시하고 다릅니까?”

병원들은 왜 갑자기 응급실 문을 닫은 것일까? 책임을 통감한다는 한 병원 원장은 제작진과 만난 자리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자신의 이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응급실 폐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응급실 당직 전문의’ 관련 법안을 시행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법안에 따르면 응급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진료 과목 수만큼의 당직 전문의가 상주하거나 한 시간 이내에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시골의 작은 병원 응급실이라 하더라도 최소 당직 전문의 1명, 간호사 5명이 상주하지 않으면 응급실 운영에 따른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과태료, 면허 정지 등 강력한 처벌이 가해지는데 시골에서 그런 인력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많아야 하루 두 세 명이 찾는 응급실을 위해 그만한 투자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의성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병원들이 응급실 운영권을 보건복지부에 반납했다. 그리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부족한 응급의사 숫자 등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응급실 당직법’ 시행 이후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통해 응급 의료의 현실을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