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3회 그것이 알고싶다
비극의 상견례 - 죽음의 불청객은 누구인가?
방송일 2015.07.11 (일)
비극의 상견례 - 죽음의 불청객은 누구인가? # 12년간의 비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 전향규씨의 가슴 속에는 오랫동안 묻어온 이 하나 있다. 아흔의 노모를 위해 전 씨가 꼭 지켜야만 하는 비밀은 12년 전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시작되었다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오랜만에 조카들에게 안부 전화를 건 전 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건강히 지내는 줄만 알았던 조카들이 전부 사망했다는 것! 비보를 접하고 전 씨가 한달음에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경찰서. 그를 계속 찾았다는 경찰 관계자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살해됐대요... 시신이며 목에 찔린 자국이며 다 봤는데... 눈물도 안 나오더라고요. 믿기지 않으니까... - 전향규씨 인터뷰 中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사건이 발생한 날이 바로 둘째 조카 전다영 씨와 예비 신랑 김진욱(가명) 씨의 양가 상견례가 있었던 날이라는 것!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저녁을 먹고 기분 좋게 회포를 푼 뒤 집으로 돌아갔다는 전 씨 남매와 예비 신랑 김 씨. 그들이 돌연 한 시간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에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세 사람. 12년이 지난 지금도 전 씨는 조카들의 사망 소식을 차마 노모에게 말하지 못했다는데.... 화목했던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그 날의 불청객은 누구인가? # 우발적 범죄인가, 계획된 살인인가?! 사건 현장은 참혹했다. 전 씨 남매와 약혼자 김 씨는 날카로운 흉기에 각각 12곳, 9곳, 4곳을 찔려 다량의 피를 흘린 채 사망해 있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형사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던 비릿한 피 냄새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범인의 잔혹한 수법, 현장에 도난당한 금품이 없었던 점으로 보아 사건을 단순 강도의 소행으로 여기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잔혹한 살인마는 그 날 새벽의 정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인적이 드문 새벽 한 시, 사건 현장 주변에는 CCTV도 목격자도 없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전 씨 남매 집 앞의 24시간 편의점도 문을 닫은 상황. 누군가가 문을 강제로 뜯은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열려있는 문으로 남매의 집에 들어왔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직전 피해자 중 가장 건장한 체격의 김 씨는 술에 취한 채 방 안에서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었다고 한다. 더 의아한 것은, 당시 집안에 남매가 기르던 애완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 짖는 소리를 들은 이웃은 없었다는 점! 늦은 시간, 낯선 불청객의 방문, 그리고 주인들이 살해되는 끔찍한 현장에서도 애완견은 왜 짖지 않았던 걸까?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혹은 살인마가 계획한 시나리오일까? # 13가닥의 머리카락이 말하는 진실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사건 현장은 이미 불에 타고 물에 휩쓸려나가 범인에 대한 단서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머리카락 한 움큼을 쥐고 죽었는데 굉장히 세게 쥐었더라고요. 꽉 쥐고 있었어요. 손에서 내가 머리카락을 떼어냈거든요. - 사건 당시 수사 관계자 담당 형사의 눈에 띈 전다영 씨 손의 머리카락 한 움큼! 범행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꽉 쥔 전 씨의 손에서 머리카락을 떼어내는 것조차 어려웠다는데. 전 씨가 쥐고 있던 13가닥의 머리카락. 안타깝게도, 2003년 당시에는 모근이 없어 누구의 모발인지 정확히 밝혀내기 어려웠고, 경찰은 숨진 전 씨가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머리를 뽑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전 씨의 부검감정서를 살펴보던 전문의는 경찰의 판단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데.... 제작진은 취재 도중 모근이 없어도 모발 내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분석 기법이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임을 알아냈다. 사건 발생 후 12년이 지난 지금, 전 씨 손의 머리카락은 잔혹한 살인마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주 에서는 2003년 삼전동 살인방화사건의 단서들을 되짚어 보고 모발 속 메시지를 읽는 과학 수사와 다양한 수사기법을 소개해 본다. 방송 일자 : 2015. 07. 11 (토) 밤 11시10분 연 출 : 최민철 글/구성 : 오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