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5회 그것이 알고싶다
증거의 덫
방송일 2012.04.21 (일)
본 회차는 제작진의 요청으로 VOD서비스가 불가합니다 증거의 덫 ▣방송 일자 : 2012년 4월 21일(토) 밤 11시 # 잔혹한 살인사건 그리고 결정적인 세가지 물증 지난 2003년 11월, 한 여인이 자신의 집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는 도박판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명 ‘꽁지’라 불린 여인.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몸에는 무려 26군데의 칼로 찔린 상처가 있었다. 집은 누군가 뒤진 흔적이 있어 강도 살해로 보이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부검결과 찌른 횟수에 비해 깊은 상처는 적었다. 26개 중 24개의 자상이 주저흔이었고 출혈량도 치명적이지 않았던 것. 정밀 감식결과 사인은 청산염, 일명 청산가리 중독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수구에서 청산염이 들어있는 숙취해소음료수병을 발견해냈다. 숙취해소음료수병 2개가 같이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는데, 서로 크기가 달랐고 청산염이 있지 않은 병에서는 타액이 추출됐다. 그 타액은 사체 바로 옆에 있던 담배에 묻어있던 타액과 DNA가 일치했다. 피해자의 친한 친구였던 A씨의 DNA였던 것이다. 곧 이어 경찰은 A씨의 주거지 근처에서 피해자의 수첩과 버스카드 등을 발견한다. # 범인의 실수인가? 위장된 현장인가? 청산염이 들어있던 음료수병, 같이 있었던 음료수 병에서 발견된 타액, 사체 바로 옆에서 발견된 담배에 묻어있던 타액, A씨의 집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수첩. 수사기관은 이 세 가지 증거물이 결정적인 물증이라 확신했고, 1심과 2심에서도 범행동기가 명확하진 않지만 A씨를 범인으로 인정,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치밀하게 관리된 현장과 비교했을 때 허술하게 방치된 증거물은 제3의 인물에 의해 의도적으로 ‘연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범인으로 몰린 A씨는 1년여 옥살이 끝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 공식적으로 사라진 범인, 누가 책임져야 하나? 사건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치밀하게 연출된 현장과 달리 물증들이 너무 쉽게 발견될 수 있는 곳에 놓여져 있다는 데 주목했다. 범행 수법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제3의 범인이 따로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발견하기 쉽게 연출된 물증들 때문에 경찰이 범인의 의도대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사망한 여인의 친한 친구였던 A씨는 구치소에서 수감된 상태에서 기나긴 법정싸움을 기다려야만 했다. 1년 이상 감옥생활을 해야했던 A씨를 아직도 사람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범인으로 알고 있다. 그녀는 세상과의 연락도 끊은 채 살던 동네를 떠나 숨어 지내는 신세가 된 것이다. 또한 사망자의 억울함도 풀릴 길은 사실상 없다. 유력한 용의자가 무죄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수사기관은 재수사할 동력이 없다고 한다. 재수사를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에게 수사 기관이 하는 말은 “ 새로운 증거를 찾아오라”는 것 뿐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친한 친구에서 범인과 피해자로 운명이 갈리고 아직도 고통받는 두 여인의 사건을 통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