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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10.08.07 (일)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 노숙소녀 살해사건의 진실
방송일시 : 2010년 8월 7일(토) 밤 11시 10분



                                             
# 울음바다가 된 대법원 1호 법정
 지난 7월 22일 대법원 1호 법정. 앳된 소년, 소녀 5명이 대법관의 판결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발생했던 노숙소녀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졌던 아이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 2심에선 무죄가 선고되었고 이제 마지막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최종 판결은 무죄. 판결이 나자 아이들은 목놓아 울어버렸다. 2년을 넘게 끌어온 재판. 불쌍한 노숙소녀를 때려죽인 파렴치한 가출청소년이라는 멍에가 벗겨진 순간이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것일까?

#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아이들의 싸움
 노숙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아이들은 처음부터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부모의 이혼, 가난 등의 이유로 가출한 아이들에게 변호사 선임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처음부터 없었다. 검사실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세상엔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아이들은 살인 사건의 범인이 되어 버렸다. 좌절과 절망 속에 빠진 그들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국선 변호사, 그리고 아이들을 상담했던 청소년센터 선생님들. 아이들 진술서가 서로 맞지 않고 짜맞추기 수사를 의심할 정도로 허술하다는 걸 발견한 그들은 며칠 밤을 세워가며 진술서를 맞추어 보았는데....

# 진술 녹화 영상이 말하는 진실
 1심 재판 결과 다섯 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수사 검사가 작성한 진술조서에서 5명의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고 있어 세세한 상황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초동수사가 잘못되어 물적 증거가 없었지만 5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한 것. 그러나, 1심 재판이 끝난 후 증거로 제출된 진술녹화영상이 공개되면서 수사 과정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건 현장에 대한 정보를 수사진이 먼저 제공하는가 하면, 진술을 받지도 않은 다른 아이들이 이미 자백을 했다며 거짓정보를 주기도 했다. 또한 검찰은 아이들의 자백을 받는 데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사건의 기초적인 정보를 무시하기도 했다. 사망시간과 범행 시간이 다를 뿐 아니라 피해자의 것으로 밝혀진 안경을 아이들 중 한명의 것으로 단정지어 자백을 받아내기도 한다. 결국 2, 3심에서 이런 점이 인정되어 무죄가 선고됐다. 잡혀온 아이들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시작된 수사,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나약함을 이용한 잘못된 수사로 5명의 아이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차가운 거리에서 숨져간 피해자의 영혼을 달래줄 기회도 이제 영영 사라지게 된 것이다

# 검찰수사 무엇이 문제인가-허위 자백의 피해자를 막아라
수사 기관들 사이엔 자백이 증거의 왕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한다. 특히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작성한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더라도 본인이 진술했다는 것만 인정되면 증거능력을 갖는다. 그래서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학적인 수사 대신 자백에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검찰 진술조서에 부여되어 있는 과도한 권위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허위 자백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모든 증거를 법정에 제출해서 실체적 진실을 법정에서 치열하게 따지는 공판 중심주의의 정착만이 허위 자백을 받아내려는 유혹을 없앨 수 있고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 억울한 피해자를 막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