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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5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11.06.11 (일)
살인이 아니다?
한국여성 하루코의 죽음, 그 후 1년

▣ 방송일시 : 2011년 6월 11일 (토) 밤 11시
▣ 연출 : 김 규 형  /  글, 구성 : 정 문 명





# 목 없는 시신, 한국인 여성 “하루코”의 죽음

 2010년 3월 29일, 일본에서 한 한국인 여성이 목이 잘린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봄에 태어난 아이라는 뜻의 ‘하루코’라는 예명을 쓰는, 당시 33세의 정희정(가명) 씨였다. 용의자 이누마 세이치는 곧 자수를 했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머리를 잘라내 따로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010년 5월 [하루코는 거기 없었다] 방송을 통해 일본 땅에서 외롭게 죽어간 하루코의 사연을 전했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 ‘살인’이 아니라 ‘슬픈 사고’다?

그러나 지난 5월 27일, 용의자 이누마에 대한 재판을 지켜본 유가족과 한국인 변호사단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용의자에게 살의(殺意)가 없었다는 이유로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하루코를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한 용의자 이누마는 하루코와 말다툼 중 사고로 하루코가 숨지게 된 것일 뿐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살인이냐 실수냐를 판단하게 해 줄 결정적인 단서인 [사체의 머리]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재판부는 이누마의 진술을 받아들인 것이다.
과연 이 사건은 잔혹한 살인이 아니라 용의자 이누마의 진술대로 [슬픈 사고]에 불과한 것일까?

# 이누마 세이치, 그의 ‘殺意’를 추적하다

키 180cm가량에 건장한 풍채인 범인이 시신을 유기한 방법은 대단히 치밀했고 주도면밀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될 머리는 현재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하루코가 숨을 거두었던 차 안에서는 질식사의 경우 흔히 나타나는 사망자의 소변자국이 발견되었다. 이누마 세이치는 범행에 사용했던 차량을 팔기 직전에 소변이 묻은 시트를 뜯어내 버리기까지 했다. 남아 있는 유일한 단서는 뜯겨져 나간 시트 자국 뿐. 우리는 이 소변자국이 어떤 자세에서 나올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 밝혀본다. 죽음의 그 순간, 차에 남긴 이 유일한 단서가 하루코가 사고로 죽었는지, 용의자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하며 몸부림치다가 죽었는지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 또 다시 ‘하루코’는 거기 없었다

1년여 동안의 재판. 유가족은 넘을 수 없는 벽 때문에 좌절했다고 말한다. 용의자가 하루코를 불러냈음을 증언하겠다는 하루코의 친구들은 모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고, 재판은 용의자 이누마의 진술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한국인 성매매여성임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용의자를 동정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루코의 재판을 도왔던 한국 변호사들은 재판을 지켜보면서 ‘이것은 아주 세련된 인종차별이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용의자 이누마는 정말 살의가 없었는가? 이국 땅에서 아무도 모르게 비참한 죽음을 당한 하루코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