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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7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13.06.08 (일)
죽어야 헤어지는가
         - 이별살인


방송 일자 : 2013년 6월 8일 (토) 밤 11시 15분
연     출 : 황성준 / 글, 구 성 : 최유란


# 누가 열여섯 소녀에게 불을 질렀나
  지난 2011년 7월 이른 새벽,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나간 수연(가명, 당시16세)이 끔찍한 모습으로 소릴 지르며 집으로 들어왔다. 소리를 듣고 나온 할머니의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참혹했다. 아직 어린 손녀딸이 몸에 불이 붙은 채 타오르고 있었고 수연은 옷을 벗으며 불을 꺼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곧장 병원으로 실려 간 수연의 상태는 심각했다. 전신의 약 36%에 달하는 부위에 입은 화상이었다. 겨드랑이와 팔, 상체에 집중된 화상은 바로 피부이식 수술에 들어가야 할 정도였다. 의료진은 자칫했으면 전신화상으로까지 번질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과연 수연이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수술 후 깨어난 수연양에게 들은 이야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누군가 자신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는 것. 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저지른 사람은 다름 아닌 수연의 남자친구 이모씨(당시31세)였다. 그는 새벽4시경 수연양을 집 앞 공터로 불러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유는 단 하나, 며칠 전 수연양으로부터 받은 ‘이별통보’ 때문이었다.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하루가 멀다하고 폭언과 협박 문자를 보냈던 남자. 결국 열여섯 어린 소녀에게 평생 지고 가야 할 상처를 남기게 됐는데...

[내 옆에 있는게 죽기보다 싫으니 같이 죽어야지?]
[나 두 개 샀어. 니 몸에 뿌리고 내 몸에 뿌리고 그게 끝이야]
[딱 니랑 내 죽을 꺼 밖에 안사서...] - 이씨가 수연양에게 보낸 문자내용 中

# 첫사랑의 정체 - 남편의 두 얼굴 
  1988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어린 선화(가명)에게 새로 온 교회 목사님은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첫사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인연은 약 20여년동안 이어졌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된 선화씨는 가족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목사님과의 만남을 고집했고 1998년, 혼인신고까지 올렸다. 자상한 목사 남편과 싹싹하고 밝은 어린아내. 그리고 늦게 얻은 두 딸까지. 선화씨의 결혼생활은 남부러울 것 없어보였다. 그런데,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4일. 선화씨는 잠든 남편의 옆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선화씨의 지인들은 제작진에게 아무도 몰랐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길바닥에서도 막 때리고 발로 차고 그럼 애들이 막 말려주고’ - 선화씨 지인
‘심지어는요 그렇게 임신한 배에는 칼도 안 들어갈 줄 아냐고 칼로 위협하고
배에다가 칼도 들이대고 그렇게 했고요‘ - 선화씨 언니

한없이 자상할 줄만 알았던 남편은 날마다 ‘두 얼굴’로 변해 선화씨에게 폭행을 일삼아왔다
고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한 선화씨는 작년 7월경, 남편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끔찍한 폭
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법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과 그녀를 쉽게 이혼시켜주지 않았다. 이른바 ‘조정전치주의’. 이혼소송 등의 가사사건 판결 전에 조정을 거치는 절차 때문이었다.

‘가정폭력으로 되어있는 남편한테 부부상담을 얘기하네요. 말도 안 되지 않아요?’  
                                                    - 재판부 명령 이후 선화-지인 대화 中
‘남편이 아마 꼬였겠죠. 합의이혼 해주겠다. 마지막으로 한 번 보자’ - 선화씨 지인

소송이 길어질수록 선화씨는 지쳐갔다. 자신을 떠나려 한다는 배신감에 가득찬 남편은 선화
씨에게 더욱 심한 폭행을 일삼았다. 그러던 남편은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
다며 연락을 해왔고, 선화씨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남편을 찾았다. 그것이 선화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WHO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35% 이상의 ‘여성살해’가 친밀한 관계 사이에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12년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기준으로 최소 3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상대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으며, 하루에 1명의 여성이 미수, 기타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성폭행, 살인사건 등의 강력범죄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 우리주위에서 훨씬 더 자주 발생하고 잔인하게 일어나고 있는 건 연인, 가족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른바, ‘이별범죄’ 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지극히 사적인 부분으로 간주하고 다른 범죄에 비해 가볍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주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는 피해자들의 얘기를 통해, “헤어지자”는 말이 기폭제가 되어 일어나는 ‘이별범죄’의 실태를 조명하고, ‘이별범죄’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모색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