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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회 그것이 알고싶다

사주리의 핏자국 - 혈흔의 증언

방송일 2013.12.07 (일)
사주리의 핏자국
 - 혈흔의 증언 
       
방송  일자 : 2013. 12. 7 (토)  밤 11:15
연      출 : 김규형, 글/구성 : 박윤미


# 사천 사주리 살인사건 - ‘적’이 된 친구

 2012년 4월 19일 새벽 두 시경, 경남 사천 사주리의 한 주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 최 모 씨의 몸엔 수차례 칼에 찔린 상처가 남아 있었는데, 치명적인 것은 목에 남은 자상, 그리고 배와 가슴에 깊게 들어온 4차례의 칼자국이었다. 잔혹한 살인사건이었으나 의외로 범인은 현장에서 쉽게 검거되었다. 범인은 최 씨에게 빌려준 돈을 받으러 왔다는 마을 후배 조훈(가명)씨와 그를 따라 최 씨의 집에 온 강지용(가명)씨였다. 조 씨와 강 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누구보다도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 조 씨는 숨진 최 씨와의 몸싸움 중에 아킬레스건이 깊게 베이는 상처를 입었고 강 씨가 그의 치료를 위해 신고를 하면서 현장에서 검거되었던 것이다. 동네 후배 두 명, 그리고 38만원에 불과한 작은 돈이었지만 채무로 얽힌 원한. 사건의 해결은 간단해 보였다.
 그러나 검거된 후, 최초에는 두 사람 다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다가, 돌연 서로에게 죄를 떠넘기기 시작했다. 조 씨와 강 씨 모두 결정적인 가해행위에 대해 부인하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흐르게 되었다. 조 씨는 단순히 칼을 들고 최 씨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이었는데, 떨어진 칼을 강 씨가 주워 피해자를 찌르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그 과정에서 자기도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반면 강 씨는, 친구 조 씨를 따라 현장에 갔을 뿐인데 조 씨가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는 중에 그를 찔렀고, 다만 자신은 저항하는 피해자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진술했다. 최 씨의 목숨을 끊은 결정적 행위를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적 없습니다.  
조훈(가명, 두 번째 용의자)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피해자의 양 다리만을 잡고 있었습니다.
					- 강지용(가명, 첫 번째 용의자)의 신문조서 中

 칼을 쥐었던 것은 둘 모두 시인했다. 피해자가 숨져있던 방 안에서는 둘 모두의 족적이 발견되었다.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상황에서 지문, DNA 등의 미세증거도 이들 진술의 참, 거짓을 밝혀주지 못했다. 분명 둘 중 한 명은 피해자를 살해한 게 분명한데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사건.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제가 직접적으로 찌르지는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집에 함께 간 친구인 강지용(가명, 첫 번째 용의자)이 칼로 찔러 살해하였습니다.
- 조훈(가명, 두 번째 용의자)의 신문조서 中

# 핏자국이 가리키는 범인
 현장은 숨진 피해자와 상처를 입은 용의자가 남긴 붉은 얼룩으로 가득했다. 경찰은 벽면에 튄 미세한 혈흔들과 용의자의 의복, 그리고 피해자의 상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도대체 그 방에서 누가,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를 그려보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키 높이에 남아 있는 작은 혈흔들은 그 형태와 각도가 누군가 서 있던 상태에서 예리한 흉기가 휘둘러졌다는 것을 방증했다. 또한 용의자의 옷에서 발견된 분무된 형태의 작은 혈액 입자들은, 타액 성분이 검출된 데다가 큰 압력에 의해 뿜어진 형태로서 피해자가 기관지에 들어온 피를 토해낸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과연 ‘피의 증언’은 얼마나 사건의 현장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법정에서 얼마나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졌을까.
 혈흔형태분석은 범죄현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범행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효한 과학수사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접촉에 의한 혈흔, 피해자를 가격한 흉기에서 튄 혈흔 등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하면 당시 현장에서 어떠한 범죄행위가 있었는지, 그 순서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12년 사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보고, 그 과정에서 활용된 ‘혈흔형태분석’이라는 과학수사기법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또한 그 가능성과 함께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정황증거에 대한 과학수사기법의 해석’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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