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 상대는 자신이 좋은 기억을 갖고있는 문학구장. 박종윤은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5개의 홈런 가운데 SK를 상대로 6개, 그 가운데 문학에서만 4개를 기록 중이었다. 올 시즌들어 주전을 굳힌 뒤 처음으로 찾은 문학구장이기에 기대는 컸다.
그렇지만 3연전 가운데 앞선 두 경기 합쳐 8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주중 넥센과의 3연전부터 안 맞기 시작한 방망이는 SK를 만나서도 여전히 맥을 못 췄다. 6일 경기에서도 박종윤은 첫 두 타석에서 병살타-좌익수 뜬공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1-2로 뒤진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박종윤은 주자를 1루에 두고 송은범을 상대로 역전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볼카운트 2-2에서 송은범의 144km 직구가 몸쪽 낮은 코스에 들어왔고, 박종윤은 그대로 걷어올려 115m 투런포로 연결시켰다. 올 시즌 박종윤의 시즌 2호 홈런이다. 이날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박종윤의 시즌 성적은 타율 3할2리 2홈런 12타점이 됐다.
많은 선수들에겐 약점일 수밖에 없는 몸쪽 낮은 공. 그렇지만 박종윤 특유의 어퍼스윙은 낮은 공을 공략하는데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박종윤의 별명 가운데 하나가 골프게임 이름을 따서 '팡야'가 됐을까. 물론 박종윤의 약점을 알고 몸쪽 낮은 쪽으로 유인구를 던지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걸리면 까마득하게 간다.
박종윤에겐 여러모로 의미있는 홈런이었다. 프로통산 16개의 홈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개를 SK전에서 기록했다. 통산 상대타율은 2할3푼6리로 그리 높진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때려냈다. 또한 7개의 SK전 홈런 중 5개가 바로 문학구장에서 나왔다. 전체 홈런의 31.3%를 문학에서 기록한 것이다. 롯데가 SK를 여전히 가장 껄끄럽게 생각한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박종윤의 존재는 SK를 상대할 중요한 병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타격부진을 씻어내리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앞서 말한것과 같이 5월들어 박종윤은 1할대 빈타에 시달리고 있었다. 보통 침묵후에 나오는 홈런 하나를 계기로 타격감각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타석데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에 그렇다. 여기에 박종윤의 홈런은 경기를 3-2로 뒤집는 역전포였다. 비록 조인성에 끝내기포를 허용, 역전패를 당하긴 했지만 최소한 무기력한 패배는 당하지 않았다.
박종윤은 이날 경기로 바닥을 쳤다. 타격 감각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채비를 마쳤고, 결정적인 홈런에도 불구하고 역전패를 당했기에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종윤은 "최근 타격감은 좋았는데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았다. 감독님이 몸에 힘을 빼고 치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SK전에만 훨훨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종윤은 "좋은 팀을 상대하며 좀 더 집중하다 보니 홈런이 나오는 것 같다"고만 말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흔히 야구를 기세싸움이라 말하는데 이미 박종윤은 SK 투수들을 상대할 때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대로 나간다면 가을야구에서 롯데와 SK가 만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박종윤과 SK의 가을야구 조우가 이뤄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롯데와 SK, 그리고 박종윤 모두에게 성공적인 시즌이 될 것이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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