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투수 박정배(30)가 2년 2개월만에 승리를 거뒀다.
박정배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 2-5로 뒤진 5회말 2사 1,2루 위기에서 마리오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박정배는 김태군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후 박정배는 7회까지 2⅓이닝 동안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지난 2010년 3월 28일 잠실 KIA전 이후 첫 승리를 올렸다. 통산 3승째. 더구나 SK 유니폼을 입고 거둔 첫 결실이었다.
박정배는 "내 승리도 승리지만 팀이 이겨서 더 기분이 좋다. 2.5게임차로 간격을 더 벌리는데 도움이 됐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박정배는 "최소 5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하는데 이제 11이닝 던졌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면서도 "그래도 시즌 중간에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박정배의 첫 승은 두산 신인시절이던 지난 2005년 9월 10일 잠실 KIA전이었다. 결국 그 전 2승을 각각 3월과 9월에 거둔 것이었다. 시기상 팀 전체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기였다. 이제 막 시작하거나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을 때 승리를 거둔 것이다.
결국 6월의 승리는 팀에서 필요로 할 때 마운드에 올랐다는 의미라고 박정배는 믿고 있다. 더구나 올 시즌처럼 하루가 달리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될 때는 더욱 그렇다. 자신의 쓰임새가 분명하게 있다는 의미로 긍정적인 해설을 내린 것이다.
8년차 박정배는 사실 유리몸으로 불렸다. 오프시즌 때는 성실한 자세로 팀 동료는 물론 코칭스태프의 높은 신뢰를 받는 투수였다. 더구나 150km에 달하는 묵직한 직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와 커브 등 다양한 스터프를 지닌 박정배였기에 항상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박정배는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보이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오버페이스 때문이었다. 과도한 성실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잦은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올 시즌에 앞서 두산에서 방출돼 SK 유니폼을 입은 박정배는 이만수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 선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성준 투수 코치의 철저한 관리 속에서 스프링캠프를 보냈다.
특히 투구수의 조절은 박정배의 인내를 시험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정배는 이내 그런 현실에 적응했다. 당시 그는 "캠프 때 항상 어딘가 고장이 났다"면서 "항상 오버페이스를 잘했다. 스스로 조절이 안되고 100% 올인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캠프 동안 아프지도 않고 힘도 남아 있다. 페이스 조절도 잘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종전 스프링캠프 때와 다른 분위기를 즐기는 표정이었다.
박정배는 지난 4월말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왼쪽 허벅지가 찢어지는 부상 때문이었다. "쉬라"는 지시를 어기고 과도하게 경기 출장을 감행한 탓이었다. 또 한 번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그러나 박정배는 철저히 팀 스케줄에 따랐고 복귀했다. 팀의 통제에 순응한 것이다.
"던질 때 볼이 많아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박정배다. 강한 인상과는 달리 유들유들한 성격의 박정배는 자신의 피칭 때문에 야수들이 고생하지 않을까 더 생각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많이 주시는 만큼 이제는 보답할 때"라고 이만수 감독에 고마움을 나타낸 박정배는 "이제 첫 계단을 밟았으니 위로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가정에 충실한 가장 박정배는 "아내(장희선)가 고맙다고 전화가 왔더라. 내가 더 고마운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한 박정배. 불펜은 물론 선발로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박정배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더 궁금해진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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