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목동 넥센-한화전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넥센이 5-2로 리드한 4회말 2사 3루. 넥센 이택근이 한화 정민혁의 초구에 번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정민혁의 초구가 몸쪽 높게 향하자 이택근은 황급히 몸을 뒤로 피하며 배트를 뺐다. 공은 포수 정범모의 미트에 스친 뒤 주심 이영재 심판위원의 마스크에 맞았고, 그 사이 3루 주자 장기영이 홈을 파고들었다.
판정은 이택근의 번트 헛스윙에 포수 정범모의 패스트볼. 파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영의 득점도 인정됐다. 이택근이 초구부터 기습적으로 번트 자세를 취하며 스퀴즈를 노린 게 포수 패스트볼을 유발하며 추가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스퀴즈 번트는 무사 또는 1사의 경우에 한하지만 이택근의 기습적인 번트 자세가 상대의 실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마치 스퀴즈 같았다.
이에 앞서 2회 1사 3루에도 넥센은 장기영의 스퀴즈 번트로 한화 투수 션 헨의 야수 선택과 송구 실책을 동시에 이끌어내며 득점을 올렸다. 넥센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에 한화 수비는 대처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스퀴즈 번트는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번트 작전이다. 1점을 꼭 짜내야 때 아웃카운트 하나와 맞바꿔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는 작전 수행 능력이 있어야 한다.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벤치의 시기적절한 작전 지시와 선수들의 기민함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작전이 간파되면 자칫 피치 아웃에 걸릴 수 있다.
올해 스퀴즈 번트로 가장 재미를 본 팀은 의외로 롯데였다. 스퀴즈 번트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6개. 황재균이 2개의 스퀴즈를 성공시킨 가운데 문규현·전준우·박종윤·용덕한이 한 차례씩 성공시켰다. 1점차 열세에서 스퀴즈 번트로 동점을 만들어 역전을 시킨 경기도 2차례나 있었다. 스퀴즈 번트를 댄 6경기에서 모두 다 이겼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호쾌하고 선 굵은 공격야구를 펼친 롯데는 스퀴즈 번트에서 나타나듯 양승호 감독 체제 2년째를 맞아 세밀함이 더해진 모습. 양승호 감독은 "작전이나 번트는 훈련으로 쉽게 되는 건 아니다.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몸에 배어야 실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는데 이제 실력으로 나타날 시기가 된 모습이다. 롯데가 진짜 강해진 증거.
롯데 다음으로는 SK·넥센이 나란히 3차례씩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켰다. 이어 LG가 2개, 삼성과 두산이 1개씩 스퀴즈 번트로 득점을 올렸다. SK는 지난 4월27일 문학 삼성전에서 최윤석·안치용을 통해 한 경기 스퀴즈 번트 2개를 댔다. 삼성은 지난달 9일 문학 SK전에서 9회 김상수의 스퀴즈 번트 안타로 결승점을 얻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KIA와 한화는 올해 스퀴즈 번트가 하나도 없다. KIA는 희생번트 69개로 이 부문 1위에 있지만, 쉽게 모험을 걸지 않았다. 한화도 희생번트 56개로 이 부문 3위인데 스리번트 2개 포함 번트 아웃이 7개나 될 만큼 번트 성공률이 낮다. 스퀴즈 번트도 쉽지 않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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