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SBS스포츠가 5월 20일부터 약 한 달 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현장을 영상으로 전합니다. '믹스트존' 코너에서는 경기장 안팎에서 대표팀이 밝히는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합니다.
신태용 감독은 20일 기니전을 마치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 경기장에 3만 7천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다. 팬들은 12번째 태극전사라고 한다. 홈 대회의 이점을 등에 업고 첫 경기를 치르게 돼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는지?"
돌아 온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경기 전에 백승호랑 이승우한테 물어봤습니다. 너희들, 이렇게 팀에서건 언제든 4만명 가까운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경기해 본 적이 있냐고. 그 두 선수도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 팀에는 이런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러 본 선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많은 관중이 당연히 우리들에게는 힘이 됐지만 경기 초반에는 우리 선수들도 엄청난 압박감, 긴장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경니 내용만 놓고 보면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영화 같은 전개였지만 사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을 겁니다.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백승호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세번째 골을 넣는 그런 경기내용 같은 것은, 상상 속에서는 완벽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만들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기니전에서 경기 내용이 잘 풀리지 않자 이승우는 선수들에게 앞으로 라인을 끌어 올리라며 격한 손동작으로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승우, 임민혁의 골이 들어가 승리에 가까워 졌는데도 반드시 한 골을 넣고야 말겠다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골대를 향해 달려들던 백승호의 집중력도 '살 떨리기'는 마찬가지 였고요.

그때 떠오른 것이 신태용 감독의 후일담이었습니다. '이승우, 백승호'도 이렇게 많은 관중이 들어 찬 경기장에 경기를 치뤄본 적 없다던 말. 두 선수는 유소년기를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탓에 수 많은 기대를 짊어지고 있고, 수 많은 우려와도 싸워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행복한 고민이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이 선수들의 미래가 무조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이들 역시 이제 막 축구인생을 시작한 스무살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만약 기니전에서 백승호의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우리 대표팀의 이번 대회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여정이 됐을지도 모르고요.
그래서였을까요. 신태용호의 믿을맨으로 떠오른 백승호가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며 "즐기는 것은 오늘까지만 하자고, 선수들하고 그렇게 이야기 했습니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을 때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불과 10분 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신태용 감독이 했던 것과 거의 똑같은 문장이었습니다. "기니전은 오늘까지다. 내일부터는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하자." 신태용호의 첫 단추는 훌륭히 꿰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첫 단추일 뿐이라는 것을 선수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SBS스포츠 이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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